[사회] 클래식에 빠지는 MZ 세대…미술관‧연주회로 발걸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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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곡가 겸 지휘자 외르크 비트만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외르크 비트만 &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을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김지영(26)씨는 출퇴근길에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연주를 듣는다. 직접 만든 1시간가량의 플레이리스트를 다 들어갈 때쯤이면 직장에 도착한다. 김씨는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면 고요한 우주를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클래식 음악은 내면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음악을 들으면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1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게 시작이 됐다. 평소에도 분기마다 사진전 등 전시회에 가는 걸 좋아했지만, 음악을 듣다 보니 예술 자체에 더 흥미가 가게 됐다. 뮤지컬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추천받은 김씨는 이제 한 달에 한 번은 미술관에 가거나 퇴근 후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게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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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에드바르드 뭉크:비욘드 더 스크림 미디어데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음악과 미술 등 고전에 대한 MZ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세대별 핫플레이스’ 상위 10곳 중 4곳이 미술관과 공연장 등 ‘문화생활시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는 3개월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특정 장소가 검색된 횟수를 전년 동기와 대비한 수치를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다. 1위를 차지한 한가람미술관의 경우 지난해보다 354.9% 검색량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1~3월간 검색 횟수가 100건이면 올해 같은 기간엔 약 454.9건이 검색된 셈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지난해보다 검색 횟수가 161.8% 증가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국악원은 각각 103.7%, 86.4% 늘었다는 게 공사 관계자 설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하는 관람객 10명 중 6명도 20~30대로 파악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전체 관람객 중 20대가 41.3%, 30대가 24.4%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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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채널에 올라온 백윤학 지휘자의 영상은 지난 2월 게시됐을 때부터 25일까지 조회수 138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SNS 등 온라인에서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유튜브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채널에 올라온 백윤학 서울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속 지휘자의 영상은 지난 2월 게시됐을 때부터 25일까지 조회수 138만회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클래식 음악 재생 목록은 조회수가 48만회 이상이다. 해당 영상엔 “걱정을 잊고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적당히 잔잔하고 적당히 신나서 최고”라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MZ 세대가 고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데 배경엔 문화의 희소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독서에 관심을 기울이는 ‘텍스트 힙’과 같이 교양과 관련된 트렌드(경향)가 있었다”며 “예술 분야에서도 깊이를 찾게 되는 것으로 보이며, 비교적 깊이 있는 취미이다 보니 개인의 개성으로 드러낼 수 있단 점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클래식과 고전 미술 등은 다소 진입 장벽이 있는 문화인데, 흔히 알려진 것보다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점에서 젊은 층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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