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25만명 참석…전세계 애도 속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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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다.

미사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면서 시작됐다.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와 기도,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 순서로 약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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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장례 미사가 열린 바티칸시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한 목관이 옮겨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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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미사가 열린 성 베드로성당 광장에 모인 사제와 신자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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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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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린 성 베드로성당 광장에서 한 시민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애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장은 강론에서 "교황은 최근 몇 년간 잔혹한 전쟁과 비인간적 공포, 수많은 죽음과 파괴에 대해 쉼 없이 평화를 간청하고 이성적이고 진실된 협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 지역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온 일화를 떠올렸다. 이어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고 소외되고 작은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며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이었다"고 추모했다.

장례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으로 출발했다. 운구차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필리핀 방문 때 탔던 전용차량을 개조했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에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지만, 소박한 삶을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사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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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가 치러진 성 베드로성당의 광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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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운구 행렬이 로마 콜로세옴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가 아닌, 평소 자주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장지로 선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것은 1903년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약 6㎞ 거리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가는 길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벽면 안쪽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된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약 50명의 국가원수와 10명의 군주 등 130여개국 대표단이 바티칸을 찾아 애도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함께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임민균 신부, 최광희 신부 등이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추모객들은 이날 새벽부터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콘칠리아치오네 거리 등지에서 미사를 기다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요청에 따라 난민구호 활동가와 성소수자 등이 장례미사에 초대받았다. 성마리아 대성전에서는 수감자와 노숙자 등이 교황을 맞이할 예정이다. 교황청은 장례미사에 25만명 넘게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례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전임자들과 달리 바닥과 가까운 낮은 목관에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간의 애도 기간 동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 회의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참여해, 첫날 오후 한 차례,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씩 투표를 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를 피워 당선을 알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1282년 만에 비유럽 출신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으로, 2013년 선출됐다. 그는 '빈자의 성자'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하고, 청빈한 삶을 실천했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는 등 역대 가장 진보적인 교황으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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