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씨수말 '섀클포드' 무려 40억대…월관리비 1000만원 특급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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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서 ‘말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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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제주마방목지에서 제주마 1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히잉~드그덕 드그덕’ 작지만 늠름한 제주마 100여 마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초원을 내달린다.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 해발 700m 한라산 중턱의 제주마방목지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잇따랐다. 이들은 1000년 전통의 제주 전통 목축문화 ‘입목(入牧)’을 재현한 퍼포먼스에 홀딱 빠졌다. 마방목지는 평소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어렵다. 하지만 이달 19~20일엔 ‘2025 제주마 입목 문화축제’로 특별 개방돼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생겼다.

선사시대 흔적...고려시대에 몽골마와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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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객과 도민들이 이달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제주마방목지에서 제주마 1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달리고 있는 모습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촬영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말의 고장 제주에선 선사시대 때부터 말이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곽지 패총’(청동기 후기~6세기 전후) 유적과 제주시 한림읍 ‘한들 굴’ 유적에서 말 이빨이,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말 발자국 화석이 나왔다. 현재의 제주마가 뿌리를 내린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제주마=과일나무 아래 지날 아담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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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제주마방목지에서 제주마 1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고려사』 세가(世家) 등 기록을 보면 고려 충렬왕 병자년(1276)에 몽골마 160마리를 성산읍 수산리 일대에서 사육했다. 제주도는 당시 몽골이 그들의 말을 제주에 보내 기르는 과정에서 선사시대 제주 토종마와 교잡해 현재의 제주마가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제주마는 예부터 과하마(果下馬) 혹은 조랑말로 불리기도 했다. 과하마는 키가 3척(90㎝)가량으로 몸집이 작아 과일나무 아래를 능히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고, 조랑말은 키 140㎝ 미만의 작은 말들을 뜻한다.

김만일, 말 1300마리 바쳐 ‘헌마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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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28년(1702년) 제주의 모습 담긴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41화폭 중 공마봉진. 농촌진흥청 '제주말문화' 캡쳐

조선 시대에는 말들이 그림에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숙종 28년(1702년) 제주의 모습이 담긴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41화폭 중 공마봉진, 산장구마, 우도점마 등에 9000여 마리의 말들이 그려져 있다. 조선 시대엔 세종 시대부터 제주 한라산 중턱에 국마장을 조성했다.

이 시기 말과 관련한 인물 이야기도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출신 김만일(1550∼1632)은 선조·광해군·인조 대에 걸쳐 자신의 목장에서 키운 좋은 말을 군마(軍馬)용으로 나라에 바쳐 ‘헌마공신(獻馬功臣)’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는 선조 27년, 선조 33년과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을 포함해 모두 1300여 마리의 말을 임진왜란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바쳤다. 인조는 김만일에 비단옷을 보냈고, 그가 살았던 지역은 임금님으로부터 ‘귀한 옷을 받은 마을’이란 의미로 ‘의귀리(衣貴里)’라 이름 붙여졌다.

사랑방 준비만...가혹한 운명 ‘시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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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 활동 중인 시정마. 배부분에 은밀한 부위를 막은 비닐 가리개가 달려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국내 첫 말산업 특구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특구 지정 후 국내 마(馬)산업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산업은 말 생산 기지 역할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선 국내 대표 씨수말들의 교배 일정이 있었다. 경주마용 서러브레드 품종으로 몸값 40억대의 ‘섀클포드’와 30억대 ‘한센’이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교배장에 신방을 차리고 씨암말이 자리에 섰다. 바로 씨수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바람잡이 수말인 ‘시정마(始情馬)’가 앞서 등장했다. 시정마의 배 부분에는 은밀한 부위를 막은 비닐 가리개가 있다. 고가의 씨수말이 씨암말과 안전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40억대 씨수말 섀클포드...홀로 3000평 마당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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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제주목장 최고가인 40억대 씨수말인 ‘섀클포드’가 교배 지원에 나서고 있는 모습. 최충일 기자

잠시 시정마가 다녀간 자리에 씨수말이 거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위풍당당한 등장과 달리 실질적인 교배 시간은 보통 20~30초. 이렇게 짧은 합방이 이뤄지면 씨수말은 씨암말을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며 합방이 마무리된다. 직원들은 씨수말에서 정자를 채취해 사정 여부가 확인되면 교배가 공식 마무리된다. 씨수말의 교배는 말들의 발정기인 3~6월에 이뤄진다. 하루 교배 횟수는 2∼3회다. 한국마사회가 인정하는 씨수말이 되면 웬만한 사람보다 더 잘 먹고, 잘 놀 수 있다. 씨수말 1마리 전용의 뛰놀 수 있는 9900㎡(약 3000평)의 초지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마방도 가로 4.5m, 세로 4.5m로 일반 마방보다 두 배 이상 넓다. 사료도 최고급이다. 6년근 홍삼 가루와 마늘 가루, 해바라기 씨와 현미 기름이 들어간 특별식을 제공한다. 씨수마 한 마리당 한 달 관리비가 많을 땐 1000만원이 넘는다.

혈통이 중요...올해 첫 최고가 1억 3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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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 진행된 교배 기원제. 사진 한국마사회

올해 2월 19일에는 한 해의 성공적 교배를 기원하는 무사고 기원제까지 열었다. 제주경주마 목장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마주들의 구애 때문이다. 좋은 혈통 사이에 태어난 자마(子馬)가 비싼 값에 팔리고 좋은 경마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 3월 18일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경매장에서 열린 올해 첫 2세 경주마 경매에서도 제주목장 최고가인 40억대 씨수말 ‘섀클포드’의 자마가 가장 비싼 값인 1억3100만원에 팔렸다. 현장에서 상장된 경주마 134마리 중 총 47마리가 새 주인을 만나 낙찰률은 35%를 기록했다. 총 낙찰 금액은 18억1600만원이고 평균 낙찰가액은 마리당 3864만원이었다. 경주마 경매는 올해 연말까지 총 6회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 최고 경매 낙찰가는 지난 2013년 3월에 기록한 2억9000만원으로 부마 ‘엑톤파크’와 모마 ‘미스엔텍사스’의 자마가 최고 몸값을 기록했다.

씨수말·씨암말 최적 유전자 조합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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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직원들이 제주목장에서 활동 중인 시정마(흰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정재상 제주경주마목장 육성지원부 과장은 “혈통 좋은 자마를 얻기 위해 제주목장에서 몸값 1·2위인 섀클포드와 한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며 “한국마사회 경주마 교배 프로그램 ‘케이닉스(K-Nicks)’를 활용해 유전능력 평가를 통한 씨수말과 씨암말의 최적 유전자 조합을 무료로 찾아주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우리나라 말 절반 넘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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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제주마방목지에서 제주마 1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편 제주지역 말 사육두수는 2023년 기준 1만4777마리(제주마 5036, 서러브레드 5125, 제주산마 3857, 기타 759)로 전국 말 사육두수의 54.2%를 차지한다. 말 사육 농가와 관련된 도내 사업체 수는 전국의 44.2%인 1187개소를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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