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서울·도쿄·피렌체에서 만나는 예술과 패션의 향연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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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브랜드 전시 개최 소식으로 풍성한 달이다. 하우스의 유산을 기리는 순회전부터 브랜드가 후원하는 예술계 거장의 개인전까지…더하이엔드가 올해 상반기 놓칠 수 없는 전시를 소개한다.

'론 뮤익' 전시 전경. (왼) '매스', 2016?2017,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 가변 크기. (오) 마스크 II, 2002, 혼합 재료, 77x118x85cm 개인 소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삶을 통찰하다…현대 조각 거장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2005년부터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주최로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론 뮤익은 놀랍도록 정교한 인체 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취약함·불안감 등 내면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끌어낸다. 한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는 ‘침대에서’는 진짜 사람 같은 모습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이 회자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0여 년에 걸친 창작 시기별 대표 작품 총 24점이 공개돼 특별하다. 특히 인간의 두개골 조각 100여 개를 쌓아 올린 작품 ‘매스’는 장관을 이룬다. 론 뮤익은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라고 말한다. 작업실 풍경과 작업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에서는 한 예술가의 인내와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기간: 4월 11일~7월 13일
장소: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정보: 관람료 5000원, 현장 발권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 전경. 사진 디올
전 세계 도시를 거쳐 서울에 상륙한 ‘디자이너의 꿈’
디올은 브랜드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드림스’를 선보인다. 2017년 파리 장식 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상하이·청두·뉴욕·도하·도쿄·리야드를 거친 전시로 올해는 서울을 개최지로 삼았다. 1947년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시작한 디올패션하우스에 대한 오마주를 비롯해 패션의 꽃인 오트 꾸튀르, 역대 디올 디자이너의 컬렉션, 1940년대 ‘뉴룩(New look)’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디자인 변천사를 담았다. 디올은 10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디올 정신’이라는 전시를 선보인 적이 있다. 아틀리에의 장인정신과 디자인 유산을 만나볼 수 있는 점은 비슷하지만, 전시 섹션별 테마를 강화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 디자인을 강조해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다. 이밖에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으로 탄생하는 ‘레이디 디올 아트 프로젝트’ 가방 9점과 김현주, 수 써니 박, 레이디 차 등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기간: 4월 19일~7월 13일
장소: 서울 을지로 DDP 아트홀
관람 정보: 관람료 1만8000원(성인 기준), 인터파크·네이버 예매 필수

아뜰리에 에르메스, 김아영 개인전 '플롯, 블롭, 플롭 (Plot, Blop, Plop)' 전시 전경. 사진 아뜰리에 에르메스
지금 가장 핫한 작가…20세기 역사 속으로 정박하는 시공간 여행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지금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작가, 김아영의 개인전 ‘플롯, 블롭, 플롭(구획, 방울, 퐁당)’을 개최 중이다. 김 작가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독창적인 미디어 아트 작업으로 주목받았으며 지난 2월 국제 예술상인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에 이어 올해 11월에는 뉴욕현대미술관 PS1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가상의 서울을 배경으로 여성 라이더가 시공간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 전작에서 더 나아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채널 영상으로 주목받은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 세계 힘과 권력의 이동, 한국의 근대사와 개인의 기억을 조합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의 어린 시절 중동에 파견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사우디아라비아의 ‘한양 아파트’로 불린 알 마터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교민들의 희망과 전쟁의 현실이 교차하며 상상 여행을 펼친다.
기간: 3월 21일~6월 1일
장소: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
관람 정보: 관람료 무료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톰 삭스 전 'Space Program: Infinity'. 사진 조슈아 화이트
나이키 ‘마스야드3’ 신고 나타난 우주인들
스니커헤드(스니커즈 마니아) 사이에서 전설로 꼽히는 나이키의 ‘마스 야드’ 컬렉션은 현대예술가 톰 삭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신발이다. 희소성과 예술성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치솟았다. 그런데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마스야드3을 신은 우주인들이 서울에 나타났다. 20여년간 우주 탐사를 주제로 작업해온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 전시 퍼포먼스 현장에서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인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 200여 점을 총망라해 볼만 하다. 세련되고 매끈한 우주 항공센터와 달리 합판·박스·테이프를 소재로 수작업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열망, 예술가적 상상력, 위트와 진지함이 드넓은 DDP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NASA에서 받은 소재로 제작했다는 마스야드3나 톰 삭스의 우주 대원들은 이제 없지만, 우주 탐사 아이디어를 반영한 101종의 굿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기간: 4월 25일~9월 7일
장소: 서울 을지로 DDP 뮤지엄 전시1관
관람 정보: 관람료 2만원(성인 기준·현대카드 소지자 20% 할인), 현대카드 다이브 예매 및 현장 발권

로에베 ‘크래프티드 월드(Crafted World)’ 도쿄 전경. 사진 로에베
수공예에 대한 헌신 조명하는 ‘크래프티드 월드’
로에베는 지난 2024년 상하이에서 처음 공개한 전시 ‘크래프티드 월드(Crafted World)’를 도쿄로 옮겨와 순회전을 펼친다. 1846년 마드리드의 가죽 장인 공방으로 시작해 오늘날 전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로 거듭나기까지 로에베가 지나온 179년의 시간을 밟아 나가는 여정이다. 중심에는 패션과 공예를 향한 끝없는 헌신과 찬사가 담겼다. 전시는 로에베가 19세기 스페인 왕실의 공식 공급업체로 임명된 이후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이야기가 6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로에베는 2016년부터 ‘크래프트 프라이즈’를 개최해 전 세계 장인들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 교토를 기반으로 하는 도예 그룹 ‘수나 후지타’가 참여했다. 첫 전시에 이어 세계적인 건축사무소인 OMA가 전시 디자인으로 참여했으며, 로에베 공방을 고스란히 재현한 전시장,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꽃 정원 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기간: 3월 29일~5월 11일
장소: 도쿄 시부야구진구마에 6-35-6
관람 정보: 관람료 무료, 크래프티드월드 사이트 예매 필수

‘타임 포 우먼’ 특별전. ⓒEla Bialkowska OKNO studio 사진 막스마라
타임 포 우먼! 여성 예술가를 후원한 막스마라의 20년
막스마라는 이탈리아 피렌체 스트로치 궁전에서 여성 예술가를 후원하는 전시 ‘타임 포 우먼!’을 연다. 이 전시는 지난 20년 동안 여성 예술가들을 지원해 온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Max Mara Art Prize for Women)’ 어워즈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어워즈는 2005년 막스마라 패션 그룹이 설립하고 영국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협력해 개최하며 격년제로 운영된다. 주요 대상은 영국에 거주하는 신진 및 중견 현대미술 작가들로 이들이 지속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시 기회를 준다. 전시에는 역대 수상자인 영화 제작자 마가렛 샐먼, 사운드 아티스트 하나 리카즈, 설치 미술가 안드레아 뷔트너 등 9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이탈리아에서 체류하며 작업한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한자리에 모아 막스마라의 예술 후원 정신을 조명한다.
기간: 4월 17일~8월 31일
장소: 피렌체 스트로치 궁전
관람 정보: 관람료 11유로(성인 기준), 스트로치 궁전 사이트 예매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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