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중 갈등에 이중고…수출기업 53.4% “트럼프 2기, 공급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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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미국의 첨단기술 대중 수출제한에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로 맞서면서 한국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올해 공급망 조달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50만 달러 이상 수출한 제조기업 740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4일~3월 10일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응답 기업의 53.4%는 트럼프 2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지난해 대비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와 유사할 것’은 41.1%였고, ‘개선될 것’이란 의견은 5.5%에 불과했다.
공급망 여건 악화를 전망한 비율은 중견기업(55.1%)과 중소기업(53.5%)이 대기업(36.8%)보다 높았다. 업종별로 보면 가구 및 인테리어(76.9%), 섬유 및 의류(65.4%), 2차전지(63.9%),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60.7%), 가전 및 스마트 디바이스(59.4%), 화학 및 석유화학(56.4%), 기계 및 장비(56.2%) 등에서 공급망 우려가 컸다.

신재민 기자
기업들은 ‘미국발 리스크’를 ‘중국발 리스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무역제재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심각하다’라는 응답은 79.6%로,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심각하다’라는 답변(42.4%)보다 높았다. 미국의 제재에 따른 공급망 조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5.8%로, 중국 제재에 따른 공급망 조정 필요성(30.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기업들이 중국의 조치는 일부 품목·국가에 국한된 국지적 리스크로 보는 반면, 미국의 무역 제재는 주요 수출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미·중 양국의 무역 제재에 따른 애로사항으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63.4%·복수응답)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이어 ‘원자재·중간재 수급’(42.2%),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24.9%)이 뒤를 이었다. 공급망 위기 대응 계획을 묻자 절반 이상(51.8%)이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대책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함’은 44.1%, ‘대책 없음’은 7.7%였다. ‘수립 완료’는 2.4%에 불과했다. 정부가 시행하는 공급망 지원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17.1%에 그쳤다.
보고서는 미국이 대중 첨단기술 제재를 위해 수출통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도 통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취급 품목의 거래처뿐 아니라 최종 목적지와 사용처까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민간·공공의 비축 물량이 충분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허가증 발급’에 관한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엔진 부품·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몰리브덴 괴의 99.7%를, 탄화텅스텐은 91.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국제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 가능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와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중 충돌에 대비해 가이드라인 지원, 보상 체계 마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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