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근로자 정규직 전환에 손해 본 코레일 하청 업체…法 "불공정 아냐"
-
3회 연결
본문

지난달 7일 서울역에서 승객이 KTX(고속철도)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하청업체가 자사 청소 근로자들을 정규직 전환한 코레일을 상대로 "부당한 거래 거절이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사건의 원고는 1994년부터 운영돼 온 전동차·역사 청소용역 회사 A사다. 코레일은 이 회사를 ‘한국철도종합서비스’라는 이름의 자회사로 직접 운영하다가 2009년 12월경 민간 기업에 주식을 양도하며 민영화했다. 이때 사명도 A사로 변경했다. 한때는 코레일 상대 수주율이 66.2%(2009년)에 달했으나, 2012년 수주 경험이 없는 업체에도 기회를 열어주는 ‘나눔경영 입찰제도’가 시작되며 수주율은 2014년 13.9%까지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지속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하라는 가이드라인 취지에 따라 코레일 역시 2018부터 A사와의 계약을 갱신을 중단하고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코레일로지스에 일을 맡겼다. 그간 일해온 A사 등 소속 청소·연료 공급 근로자들은 자회사 정직원으로 전환 채용하겠다고 공고했고, 근로자들은 이에 응했다.
사업이 크게 위축된 A사는 2020년 9월 코레일을 상대로 8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의 행위로 인해 수행하던 사업이 모두 중단되고 소속 근로자들을 상실하게 돼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게 됐다”면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2015년 203억원이던 매출액이 2020년 4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A사는 코레일의 계약 중단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부당한 거래 거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원들을 전환 채용한 데 대해서도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했다.
법원 “시책 변화 따른 것…공적 이익 더 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중앙포토
1심 법원은 3년 7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해 4월 A사 패소로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코레일이 스스로 계약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A사와 지금까지 계약관계를 이어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 입장에서는 사건이 계속 갱신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여지는 있다”면서도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이상, 이같은 기대 또는 신뢰는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공기업의 계약은 사무규칙에 따라 엄격한 제한을 받는 점을 들어 “코레일이 특정 업체에 대해 지속적인 업무 위탁을 보장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채용 전환은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이를 거부할 권한은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 전환은 공적 이익을 위한 정부 시책의 변화와 공기업 운영 관련 법규의 변화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강제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부당하게 행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코레일이 근로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인력을 빼갔다는 A사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계자 증언 등을 종합해 “인력 채용은 근로자들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완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채용 과정에서 과다한 급여를 제안했다거나 기망·강박 등 부당한 수단을 썼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했다.
A사는 항소했으나 2심 판단 역시 같았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지난달 6일 A사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A사 등의 계약 체결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기업의 자회사가 아닌 자들이 제한받는 사익에 비해 이 사건 규칙조항으로 얻는 공익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통한 사회통합과 ‘고용-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시키는 것”이라며 “A사와 같은 회사는 공기업과의 계약 체결 기회를 제한받게 됐으나, 이는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A사 측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1일 판결이 확정됐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