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이마이어의 뮤즈 조연재, ‘카멜리아 레이디’로 다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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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는 국립발레단이 2025년 라인업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드라마발레 명가인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주로 무대에 올렸던 이 작품의 라이선스를 국립발레단이 올해 아시아 최초로 획득했다. 안무가는 함부르크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존 노이마이어(86). 작품은 매춘부 마르그리트와 청년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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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발레 '카멜리아 레이디' 리허설 중 여주인공 마르그리트를 연기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조연재. 사진 국립발레단

노이마이어는 까다로운 캐스팅으로 유명한 안무가다. 지난해 신작 '인어공주'를 선보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서울을 찾아 일주일간 단원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골랐다. '인어공주'에 이어 또 한 차례 노이마이어의 뮤즈로 발탁된 조연재(30)를 지난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노이마이어의 작품에서 두 번 연속으로 여주인공을 맡게 됐습니다. 안무가에게 직접 지도를 받은 경험은 어땠나요. 
모든 동작에 담긴 감정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어요. 10분 남짓한 파드되(2인무) 한 장면을 설명하는 데 하루를 다 쓸 정도로 감정 표현에 대한 요구가 매우 섬세했죠. 티칭을 받으면 최대한 춤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이유도 직접 들을 수 있었나요? 
자세한 설명은 없었어요. 추측하건대 선생님이 기대하는 마르그리트와 제가 수행한 마르그리트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무용수로서의 고집이 없는 편이거든요. 선생님이 시키는 걸 최대한 따르자는 주의예요. 그게 제 장점이라면 장점 같아요. 
무용수로서 느끼는 '카멜리아 레이디'의 매력은? 
노이마이어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바꿀 수 있다." 무용수의 즉흥적인 표현이 작품과 잘 맞으면 동작이나 카운트는 바뀔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리허설 중에 몇 가지 동작이 바뀌기도 했어요. 작품이 계속 발전해 나간다는 게 신기했어요. 클래식 발레와는 달리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을 싣는다는 점도 흥미롭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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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조연재가 파트너인 솔리스트 변성완과 함께 카멜리아 레이디의 퍼플 파드되(2인무)를 연습 중이다. 사진 국립발레단

올 초 수석무용수로 승급했죠. 솔리스트 때부터 주역을 꿰찼지만 수석 승급 후 첫 작품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주역과 솔리스트 역할을 함께 소화해야 할 때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요. 수석 승급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난해 정말 많은 롤을 받았죠.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는 투톱인 니키아와 감자티를 모두 소화했습니다.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집에 오면 얼음 마사지부터 해요. 발이 너무 아프거든요. 아이싱하면서 밥을 먹고, 토슈즈도 꿰매고요. 이렇게 발레와 관련된 자잘한 일들을 하다 보면 잘 시간이 돼요.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연습하러 갑니다. (웃음) 단체 연습이 끝나면 개인 운동을 하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공 발레를 시작한 늦깎이잖아요. 본인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부모님께서 발레에 적합한 체형을 물려주셨어요. 발레는 그런 부분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제가 노력을 더 할 수 있었고, 운 좋게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도 발레를 배우긴 했지만, 그때는 놀다시피 한 취미 발레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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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재는 지난해 존 노이마이어의 드라마 발레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돼 호평받았다. 사진 국립발레단

연습 루틴은?
정규 리허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예요. 리허설이 끝난 후에는 개인 운동을 해요. 운동하지 않으면 컨디션 유지가 안 되더라고요. 운동을 끝내고 밤 8시에 퇴근합니다. 
무용수로서의 꿈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요. "그새 바뀌었다", "성장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뻐요. 다음 공연이 더 기대되는 무용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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