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감세’ 손봐야 하는데…카드 소득공제, 중기 세액감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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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구멍에 조세특례 고민

나라 곳간에 구멍이 나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78조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세지출(감세) 축소에 나섰다. 주요 타깃은 올해 일몰(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이 도래하는 조세특례 70건이다.

28일 기획재정부는 이 가운데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을 넘는 27건을 두고 심층평가를 진행해 국회에 연장 혹은 종료를 권고할 계획이다. 오는 7월 세법개정안 제출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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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기재부는 조세지출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이어트에 나섰다. 실제로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국세감면율(국세수입총액과 국세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감면액 비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세감면율은 15.9%로 법정한도(15.2%)를 0.7%포인트 웃돌 전망이다. 법정한도는 직전 3개년의 국세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값이다.

조세지출이 지나치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조세특례 중 주목받고 있는 건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 등이다. 올해 기준 연간 감면액이 각각 4조3693억원,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게 해 과세 투명성을 높이려는 게 당초 목표였다. 기재부는 지난 2016년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세액감면의 경우 어려운 중소기업을 선별해 돕자는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

기재부는 칼을 뺐지만, 정작 휘두르는 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조세지출을 줄이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오는 6월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는 점 역시 기재부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요인이다.

조세지출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를 의식한 정치권은 과거부터 대부분의 조세특례에 대한 일몰을 연장해줬다. 최근 5개년(2020~2024년)간 총 조세특례 일몰도래 건수 대비 연장 건수의 비율은 87.3%에 달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원칙적으로 일몰이 도래하면 종료돼야 할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진단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적정 총액 한도를 정한 뒤 모든 건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순서대로 없앨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몰이 돼도 계속해서 연장되는 걸 막기 위해 건별 총 연장 횟수 한도를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 세액공제 특례’의 경우 현재까지 총 10회 연장된 바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재정준칙(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로 제한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그럼 재정준칙을 지키기 위해 조세지출을 줄이든 그게 여의치 않다면 다른 재정 건전성 제고 방법을 실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가 재정지출과 조세지출, 재정 건전성 세 가지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조세특례를 연장할지 종료할지 정해진 건 없다”며 “심층평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종료 여부 등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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