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T 유심 교체·보호서비스 1000만건 신청…해킹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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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SK텔레콤(SKT) 직영점 앞엔 170명이 넘는 시민이 줄을 섰다. 대리점 관계자가 “오후 2~3시쯤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이 입고되니 번호표를 나눠드리겠다”고 말하자 앞줄에 있던 한 노인은 “아침 댓바람부터 서 있는데 다시 오라는 것이냐”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90세 어머니와 함께 온 나모(56)씨는 번호표 1번을 받았다. 그는 “주말에 다른 대리점을 돌아 다녔는데 재고가 떨어졌다고 해 바꾸지 못했다”며 “모든 은행 업무를 휴대전화로 보고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된다 생각해 아침 일찍 왔다”고 말했다.

SKT가 유심정보 해킹 사고 대책으로 28일부터 전 고객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했지만,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졌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39)씨는 이날 오전 대리점을 찾았다가 2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유심을 교체할 수 있었다. 그는 “다행히 유심을 바꿀 수 있었지만, 바로 뒤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재고가 없어 교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SKT는 오전 8시30분부터 ‘유심 무료 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지만 예약 신청을 위한 고객 접속이 몰리면서 장애가 빚어지기도 했다. SKT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유심 교체 건수는 23만건, 유심 교체 예약 누적 건수는 263만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누적 건수는 714만건으로 집계됐다.

해킹 불안감에 성난 일부 이용자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SKT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이라는 사이트에선 ‘국회 국민동의 청원 및 집단소송 관심도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해킹 사태가 공개된 이후인 지난 26일 하루에만 SKT 가입자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한주 전인 19일(102명)과 비교하면 16배 늘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T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하락한 5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권에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고객이 기존과 다른 휴대전화 기기를 사용해 금융거래를 시도할 경우 안면 인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은행에 등록된 신분증 사진과 계좌 개설이나 이체를 시도한 회원의 얼굴을 대조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KB라이프, NH농협생명 등 보험업계에선 해킹 피해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로그인은 차단하기로 했다.

부산에선 SKT 가입자의 스마트폰이 22일 먹통이 된 뒤 모르는 사이 새 휴대전화가 개통됐고, 타인 계좌로 5000만원이 빠져나간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 당국에선 이 사안에 대해 SKT 해킹 정보 유출과 관련이 있을 확률은 낮고, 문자메시지와 악성 링크 등을 활용한 일반적인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통한 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SKT 측은 “금융 거래까지 일어나려면 주민등록번호와 인증 관련 민감 정보들이 필요한데, 이번 해킹을 통해 이런 정보들이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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