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 파면 거치며 ‘사회가 어떤 성찰 하나’ 보여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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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1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2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선 대형 산불을 다룬 심층·연속 보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 탄핵 선고라는 굵직한 이슈를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전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앙일보가 개헌 이슈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는 주문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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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자위원들이 지난 22일 본사 9층에서 제61회 독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김주형 서울대 교수,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주영환 변호사.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 김현동 기자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이달 실업 관련 기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특히 고용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이달 실업을 다룬 기사들은 단순히 실업의 심각성만 얘기한 게 아니라 서울 청년 인턴 캠프와 같이 청년들에게 실업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정보를 상세하게 제시한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청년 실업과 함께 50대 실업, 조기 퇴직 등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실업 문제를 다뤘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통한 취약 계층 일자리 감소를 지적한 점도 좋았다. 다만 실업 문제를 지나치게 연령·계층별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 실업 문제 배후에 있는 산업 차원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볍게 지나간 느낌이 있다. 특히 제조업 취업 등 산업별 실업 문제에 대한 보다 완성도 있는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

▶주영환 변호사=봄철 산불 피해가 막대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산불 관련 뉴스를 매일 1면에 배치하고 추가 지면을 할애해 산불 상황과 피해, 진화 등에 대한 뉴스를 다뤘다. 지난달 27일자 1면 ‘그림자 속 쪽잠, 진화대원 힘내세요’ 제목의 사진 한장으로 공무원의 악전고투도 잘 전달했다. 또 8일자에 전직 산림청장의 칼럼을 실어 대형화한 산불 대응에 대한 개선 방향을 환기했다. 탄핵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 심판 결정 내용, 후속 정치 일정 등을 균형 있게 보도했다. 헌재의 결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헌재 결정 이후 4일자 1면 사설 등을 통해 통합의 가치를 내세운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는데 관련 기사가 적었다. 사회적 편견으로 이중고를 겪는 이들을 위해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이 많았으면 한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중앙일보는 최근까지 산불의 전개 상황과 피해 규모 및 소방관들의 노력 등 종합적으로 지면 배치를 잘했다. 다만 중앙일보뿐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산불 보도 관련 ‘생지옥’, ‘괴물’과 같은 표현을 쓰는데 과도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불 피해 규모 등을 전달하면서 비유하는 ‘축구장 면적’ 등은 독자에게 와 닿지 않는 표현인 것 같다. ‘서울 면적’ 비유 역시 경북 주민들 입장에서 ‘왜 서울 중심으로 해석하나’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향후 관련 보도 시 산불의 규모와 피해 정도를 어떤 표현으로 이미지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14일자 ‘캥거루족’ 관련 기사는 굉장히 좋은 기사다. 다만 기사 출처인 서울연구원 보고서가 1월 초에 나온 것이어서 기사 인용 시 보고서 발표 시점도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 같은 날 보수·진보 성향과 출산율 관련 기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다만 본의 아니게 갈등을 증폭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국내와 해외 주주총회를 비교한 15일자 기사는 굉장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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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15일자 주총 관련 기사는 축제 같은 해외 주총 사례를 국내와 비교해 보여준 게 좋았다. 개인투자자들이 무엇인가를 바꿔내는 흐름도 잘 보여줬다. 이달에는 AI(인공지능) 관련해 여러 이슈가 있었다. 21일자 딥페이크 관련 기사에서 모든 정당이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또 해외에서 딥페이크 관련 벌금을 매긴 사례가 나왔는데, 한국은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를 같이 실었으면 좋았겠다. 21일자 중국에서 로봇이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현지 로봇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윤석열의 1060일’ 기획 기사는 윤 전 대통령이 보수의 희망에서 파괴적인 퇴장으로 이어지게 된 과정을 잘 보여줬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번 헌정 위기가 우리에게 어떤 흔적과 과제를 남겼는지 짚어볼 게 여전히 많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 경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럽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탄핵과 파면 국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성찰을 하는 가를 보여줄 기사가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의 1060일’ 시리즈는 굉장히 흥미롭지만 여러 문제를 개인화로 환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중앙일보가 2일자 1면과 4·5면을 통해 개헌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그 이후가 조금 아쉽다. 개헌 이슈가 정파적 유불리나 선거 경쟁의 소용돌이 안에 다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앙일보가 중심을 잘 잡으면서 이 사안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가지고 가 줬으면 한다. 이와 관련 저도 87년 체제의 수명은 다했다는 판단에 동의하고 개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 형태만 딱 도려내서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전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보도나 기고 등에서 담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7일자 14면에 헌법재판소 문제를 다루면서 독일 및 오스트리아 사례를 제시하고, 우리 법체계에서 관련 사례 도입 시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잘 짚어 신선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15일자 6면에서 ‘한덕수 총리 차출론’을 놓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가상대결 격차로 보면 이재명 대 한덕수 26.6%p차, 이재명 대 김문수가 29%p 차, 이재명 대 홍준표 31.9%p 차로 해서 한 총리가 격차가 가장 적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결과라면 그 차이는 오차범위 내에 포함될 것이니 가장 격차가 적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앞으로 여론조사 보도가 많을 텐데 누가 앞서고 누가 뒤따르는가에만 집중하면 자칫 핵심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르포 기사의 경우 몇몇 사람의 의견을 해당 지역 민심으로 보도하는 건 위험하다. 8일자 지방자치단체의 유튜브 관리 기사의 경우 지자체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쓰지 않고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사였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17일자 시중의 돈 가뭄을 다룬 기사에 이어 19·20일자(중앙선데이) ‘돈맥경화’ 해소 대책 관련 연속 보도가 이어지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경제 현안을 잘 짚었다. 11일자 ‘대기업 망설이는 사이…1조 넘보는 음식물 처리기’ 기사는 성공한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관점을 달리했으면 좋았겠다. 탄핵 선고 전 중앙일보는 헌재 선고에 승복해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2일자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인터뷰를 통해 승복 필요성을 다뤘고 4일자 1면 사설 ‘위대한 승복’은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다. 향후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정리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되돌아본 기획 기사도 바람직했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1일자 경제 3면 조선업의 성장 서사를 다룬 르포 기사는 구체적 사례와 인터뷰로 풍성하게 풀어냈다. 다만 대부분 내용이 과거사에 집중됐다. 지금은 산업의 ‘향수’보다 현실에 근거한 비판적 분석이 필요하다. 4일자 6면 ‘54% 관세폭탄 떨어진 중국…아부했지만 24% 일본’에서 ‘아부’ 단어는 외교적 수사를 지나치게 희화화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탄핵 이후 8일자 12면 기사는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를 묻고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손글씨로 쓴 메시지를 구성했다. 때로는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다수의 합이 더 큰 힘을 가질 때가 있다.

▶오세정 위원장=탄핵 선고 이후 사회가 혼란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승복을 강조한 중앙일보도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향후 이렇게 빨리 사회가 안정을 찾은 원인을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산불 관련 7년 전 보고서에 예방책이 있었지만 시행되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언론은 이런 예방 대책이 나오는 경우 중간중간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해선 관세·통상 등 경제적 이슈가 많이 나오는데 지금 미국 사회에선 그것 말고도 여러 문제가 있다. 예컨대 대학과의 갈등, 지원금 축소 등인데 중앙일보는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기사가 거의 없다. 하버드대가 트럼프에 저항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지면엔 기사가 안 나왔다. 트럼프의 경제도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사회 문화적 이슈도 큰 영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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