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 AI예산 3.6조인데 100조 투자?…재원 대책은 없다[대선 공약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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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6·3 대선의 최대 정책 화두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은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앞세우며 AI 강국 도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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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 ·제주 합동 연설회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렸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은 ‘AI 기본사회’ 실현이다. 지난 14일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이 후보는 AI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핵심 자산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최소 5만 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칭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월에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세워서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K-엔비디아’ 구상을 제시해 정치권에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도 질세라 공약을 쏟아냈다. AI 인프라에 150조원, 생태계에 50조원 등 총 200조원 투자를 공약한 한동훈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한 후보는 의료 AI·로보틱스·국방 AI 등 실제 응용 분야에 전략 투자해 ‘한국의 팔란티어’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의 ‘K-엔비디아’ 구상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김문수 후보도 AI 유니콘 기업 지원을 위한 100조 펀드 조성과 AI 청년 인재 20만 명 양성 등을 공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AI 학습 데이터를 두고 개인정보나 저작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공정 이용 원칙을 세우겠다는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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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왼쪽)와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5.04.23.

100조원, 200조원 등 ‘숫자 대결’이 대부분인 AI 공약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현실성도 낮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AI 관련 예산은 추경으로 2배가 됐음에도,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실효성 있는 재원 마련 대책 없이는, 임기 중에 100조원의 절반도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00조원 넘는 투자금은 정부 R&D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라 민간은 물론 글로벌 펀드까지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700조원 규모인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엔 오픈AI·소프트뱅크 등 민간자금은 물론 중동의 오일머니도 유입돼 있다. 한국도 데이터센터 건립 등에 해외 투자금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그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생성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정작 중요한 산업 전략이 안 보이는 게 문제”라며 “대기업 중심의 AI 기초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스타트업 중심의 AX(AI전환)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인지, 아예 오픈 AI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에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해 그 과실을 나누겠다는 것인지 뚜렷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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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한국형 챗GPT’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가적 AI 유효 수요 창출 면에선 순기능이 있겠지만, 과거 국가 주도 통신망이 지지부진했듯, 국가가 나서서 국민이 쓸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민간의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도 “(챗GPT 등 기초 모델 개발을 포함한) AI 원천 기술 경쟁에선 이미 늦었다는 걸 인정하고 빠른 추격자 전략을 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이달 정책제안서를 내며 민간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고충으로 인프라와 인재 부족 문제를 꼽았다. 투자를 하더라도 이 부분에 ‘몰아주기식’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곽규태 교수는 “한정된 재원 속에서 선도 기업들이 전체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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