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선, 3선" 그들만의 MAGA 파티…트럼프 100일 대선출정식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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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한 행사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음악에 맞춰 가볍게 양팔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의 한 행사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은 또 하나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할 때 장엄한 분위기의 테마곡 ‘갓 블레스 더 USA’가 울려 퍼지고 긴 연설이 끝날 때에는 흥겨운 리듬의 노래 ‘YMCA’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양팔을 흔드는 춤으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지난해 대선 유세 장면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행사장을 메운 수천 명의 열성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대선 구호였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빨간 모자나 티셔츠를 착용한 채 트럼프 연설 중간중간 “USA”를 연호하는 것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실제로 “여러분들이 그립다. (대선) 캠페인이 그립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집회는 과거의 원한과 불만에 집착하는 대선 캠페인 모드였다”고 평했다.
2020년 대선 패배를 ‘선거 조작’ 때문이며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 도중 “원래대로라면 이번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3선! 3선!”을 크게 외쳤다. ‘3선 이상’을 금지한 미국 헌법상 이미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지만, 그는 그간 여러 번 공공연히 3선 도전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이날 머콤 카운티 행사장 주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2028년 차기 대선 출마를 원한다는 글이 새겨진 의상이나 피켓을 든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럿 있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집회가 열린 미시간주 머컴 카운티 행사장에서 열성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88분 연설에 ‘통합’ 메시지는 안 보여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한 연설이었지만, 미국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1시간 28분간 이어진 연설의 대부분은 “미국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 가장 성공적인 첫 100일이었다”며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 관세 정책 등 그간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할애됐다. 연설 도중 갱단 혐의를 받는 외국인들을 호송줄에 묶은 채 비행기에 태워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는 장면의 영상이 상영되자 청중들은 “USA”를 외치며 열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모두 미시간으로 돌아와서 다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한다. 우리의 세금 및 관세 정책 때문”이라며 관세 정책 효과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미시간주가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을 외쳐 온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우리는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의 위대한 자동차 노동자와 모든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재앙을 물리치고 일자리와 부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전투에서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며 “취임 이후 달걀 가격이 87% 하락했고 기름값은 이번 주 3개 주(州)에서 갤런당 1.98달러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달걀 한 팩 소매가는 지난 1월 4.95달러에서 3월 6.23달러로 올랐고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갤런당 기름값이 2달러 미만인 주는 한 곳도 없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한 행사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졸린 조? 비뚤어진 조?” 바이든 조롱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나머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독설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의 오랜 통치를 끝내고 미국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연설 도중 바이든 전 대통령을 부르는 말로 ‘졸리는(sleepy) 조’가 나은지, ‘비뚤어진(crooked) 조’가 나은지 즉석 조사를 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또 취임 100일을 앞두고 최근 미 언론사가 실시해 공개한 40%대의 대통령 지지율을 두고는 “그들은 민주당원들을 훨씬 더 많이 인터뷰한다”며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지난 23일 공개한 대통령 지지율 44%를 두고는 “사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제대로 된 여론조사였다면 60~70%대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연설을 위한 미시간주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는 차기 교황에 대한 선호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1번 선택”이라고 농담했다.
더힐 “관세, 머스크 등 5대 실수”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00일에 대한 미 주류 언론 다수의 평가는 비판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취임 후 100일을 “헌법적 독재를 넘어선 행보”라며 “행정권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우존스와 S&P500 지수가 최악의 성과를 기록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집회가 열린 미시간주 머컴 카운티 행사장 밖에서 한 시민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며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두고 “축하할 만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상호 관세 정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권한 집중 ▶강경한 추방 정책 ▶문화 전쟁 ▶우크라이나 책임 공격 등을 “5가지 최대 실수”로 꼽았다.
한편 이날 하워트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을 방문하고 TSMC의 미 반도체 공장 투자를 트럼프 행정부 100일의 주요 업적으로 부각했다. TSMC는 최근 피닉스에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100일 동안 상무부는 미국산 제품 생산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전 세계 업계 리더들과 협력했다”며 “TSMC의 애리조나 3공장 착공이 그 한 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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