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화난 트럼프, 베이조스에 전화"…놀란 아마존 '관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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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일부 상품 가격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추가된 금액을 표시하려고 추진하다 29일(현지시간) 전격 철회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한 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AFP=연합뉴스
이날 오전 미 정치전문매체 펀치볼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곧 상품 가격 옆에 관세로 인한 추가 금액을 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 전체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소 판매자 대부분은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마존의 이런 움직임에 트럼프 행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추가 금액 표시는 '트럼프발 관세'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긴다는 사실을 부각해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을 땐 왜 아마존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과거 '아마존의 중국 웹사이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과 글이 수록된 책에 대한 이용자 리뷰를 검열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아마존이 중국 선전 기관과 협력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이번 관세 추가액 표시는 친중 행위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백악관의 이런 강경 발언 후 아마존 주가는 한때 2% 이상 하락했다.

미국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건물. AFP=연합뉴스
CNN·워싱턴포스트(WP)등은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베이조스에게 전화를 걸어 아마존의 관세 추가액 표시 추진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CNN에 "물론 그(트럼프 대통령)는 (이 소식을 접하고) 화를 냈다"면서 "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와 베이조스의 통화 후 몇 시간 만에 아마존은 해당 계획을 백지화했다. 아마존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초저가 플랫폼 '아마존 홀'에서 일부 제품에 수입 비용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요 아마존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존의 어떤 플랫폼에서도 시행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아마존의 이 결정에 흡족한 듯 베이조스를 칭찬했다. 그는 이날 오후 취재진에 "베이조스는 매우 친절하고 훌륭하다"며 "그는 문제를 정말 빠르게 해결했다. 그는 옳은 일을 했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베이조스(오른쪽에서 세 번째).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트럼프와 사이가 나빴던 베이조스는 지난 1월 트럼프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고,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관계 회복에 나섰다. 지난 2월엔 자신이 소유한 WP의 논조를 사실상 보수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혀 '트럼프 코드 맞추기'란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이 관세 추가액 표시 방침은 철회했지만, 트럼프발 관세로 아마존 판매 상품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테무는 트럼프발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 주말부터 약 145%의 '수입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18.47달러(약 2만6000원)짜리 여름 원피스 구입 비용은 44.68달러(약 6만3500원)로 2.4배 이상 오르게 된다고 CN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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