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인에 필요한 바이러스?... 설렘 바이러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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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러스'에서 택선(배두나)은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바뀐다.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찍고 나서 6년 만에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풋풋하고 귀엽던데요(웃음). 영화 안에서 그렇게 웃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배두나(46)가 오랜 만에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바이러스'(5월 7일 개봉, 강이관 감독)를 통해서다.
영화 '바이러스' 배두나 인터뷰
'바이러스'는 한 마디로 재난을 소재로 한 귀여운 소동극이다.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항체를 지닌 택선(배두나)이 모태솔로 연구원 수필(손석구), 초등학교 동창 연우(장기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 등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렸다.
택선은 소설가의 꿈을 접고 번역 일을 하며 우울하게 지내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연애 세포가 깨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한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이균에게 반해 막무가내로 구애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 극한기』가 원작이다. 촬영 후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미뤄져 6년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배두나는 영화 '바이러스'에서 이유없이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주인공 택선 역을 맡았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그간 형사물, 추격물 등에서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오랜만에 많이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면서 "무엇보다도 김윤석 선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나.
"'도희야'(2014), '터널'(2016) 같은 어두운 영화를 찍다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이 작품이 들어왔다. 김윤석 선배와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 그게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요인이다."
- 왜 김윤석 배우와 연기하고 싶었나.
"윤석 선배 영화를 다 재밌게 봤지만, 특히 '암수살인'(2018)을 보고서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팬심이 생겼다. 윤석 선배의 서포트 때문에 주지훈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다. 배우 입장에서 그게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내 연기가 사랑스러웠다면, 윤석 선배, 장기하, 손석구 등 상대 배우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남자 배우 복이 많다고 느꼈다."

영화 '바이러스'에서 택선(배두나)은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바뀐다.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 김윤석 배우와의 호흡이 짜릿했던 순간은.
"선배 때문에 연기에 자동으로 몰입될 때 신기함을 느꼈다. 선배가 그냥 이균이었으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택선이 됐다. 그만의 에너지가 있을 거란 생각에 현장에서 열심히 관찰했다. 선배는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 서성거리는데, 고민 많은 얼굴로 걸어오기만 해도 뭔가 기발한 대사가 나오겠다는 기대감에 짜릿했다."
- 김윤석 배우와의 키스신은 어땠나.
"블랙 코미디 느낌으로 액션 신처럼 찍었다(웃음). 로맨틱한 신은 아니다. 택선의 보호자 같은 느낌의 이균이 택선의 애정 공세를 막아내려 발버둥 치는데 거기서 이 남자의 매력이 나온다. 아무튼 로맨틱 코미디로 정의하기 힘든 영화다. 어른들의 동화같은 얘기다."
-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택선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했나.
"감염 전의 택선은 어둡고 현실적인 인물인데,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다. 택선처럼 한 때는 꿈과 희망이 많았는데, 세파에 찌들면서 무뎌지고 시니컬해지고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감염 후는 모든 사람들이 택선에게 호감을 갖고 다정하게 대해준다는 설정 하에 똑같이 따뜻하게 대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치사율만 아니면 현대인에게 필요한 설렘을 주는, 좋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영화 '바이러스'에서 택선(배두나)은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바뀐다.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 감독,배우들 사이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꼽히는데.
"나와 같이 작업하면 싫어할 순 없을 거다(웃음). 성실하고 지각도 안하니까. 감독 말 잘 듣고 연기에 충실한 편이다. 더 예쁘고 나오거나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상부상조해서 이 장면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만 한다. 분량의 차이가 있을 뿐, 큰 배역과 작은 배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운 좋게 훌륭한 감독들과 일을 많이 하면서 그런 가치관을 흡수한 것 같다."
- 할리우드 대작부터 저예산·독립영화까지, 규모와 상관없이 다작을 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오랜 시간 연기한 덕에 작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배두나가 이런 작품을 한다고?' 놀라시는 작품이 종종 있다. '도희야', '다음 소희'(2023) 등의 작품은 너무 하고 싶었다. 예산이 작을 뿐 '작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기인형'(2010)에 스타 배우 오다기리 조가 3분 남짓 분량으로 출연했는데 정말 큰 임팩트를 줬다. 역할의 크기 따지지 않고 연기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많이 깨달았고, 이후 실천하고 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는 이유는.
"영화 만드는 데 있어 정석을 보여주는 분이다. 그의 연기관을 정말 좋아한다. '브로커'(2022) 때 아기를 안고 있는 뒷모습을 찍는데, 아기 인형을 쓰자는 스태프들의 제안을 감독님이 거절하셨다. '배우는 등으로도 연기한다'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다."(이날 인터뷰 장소에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특별전 참석차 전날 내한한 고레에다 감독이 배두나를 만나기 위해 깜짝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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