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가 서도호가 세웠다, 런던 종이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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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전시된 서도호 작가의 작품 ‘서울집’.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종이로 만든 한옥이 들어왔다. 서도호(63·사진)의 작품 ‘러빙/러빙 프로젝트: 서울집, 2013~22(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2)’다. 유년기에 살았던 서울 성북동의 한옥 외벽을 종이로 덮고 흑연이나 색연필로 문질러 탁본한 실물 크기 작업이다. 아버지 서세옥 화백이 대목장과 함께 지은 한옥은 나무를 접착하지 않고 끼워 넣어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집을 걷는다(거둔다)”는 목수들의 표현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됐다.

서도호
‘서도호: 집을 걷다(Walk the House)’가 30일(현지시각) 개막했다.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초기부터 근작까지 이력을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장 입구의 벽지부터 작품이다. 그의 초기작 ‘후 엠 위?(Who Am We?·2000)’, 졸업앨범 속 수만 장의 동그란 증명사진을 벽지처럼 만들었다. 같은 듯 다른 군상으로 집단과 부분, 전체와 개인 속 나와 우리의 관계를 묻는 작품이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사람 모양 미니어처들이 조각의 빈 좌대를 떠받친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공인들’도 전시장 로비를 오갔다.
비벼 만든 종이집의 촉각적 기억은 광주광역시의 오래된 극장인 광주극장 탁본으로 이어진다. 집의 기억에서 출발해 인간의 이동과 거주, 정체성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게 그의 특기.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작가가 거쳐 간 집들을 색색의 천으로 이은 ‘네스트(Nest/s)’다. 전시를 준비하던 지난해 말 런던에서 기자와 만난 서도호는 “이 ‘불가능한 건축물’ 내부를 누구나 통과할 수 있다. 휠체어 탄 사람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최대 규모”라며 “물리적으로 나는 런던에서 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지금껏 내가 살던 모든 집이 모이고 겹쳐 공간의 기억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집: 런던, 호샴,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도 새로 나왔다. 작가가 지금 사는 런던 집의 윤곽 속에 이전에 살았던 집들의 문 손잡이 등 세부를 바느질해 채웠다.
‘서도호: 집을 걷다’는 제네시스가 2036년까지 테이트 모던과 이어가는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의 첫 파트너십 전시다. 10월 19일까지.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현대 커미션: 이미래’ 전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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