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도둑까지 기승…쌀값 1년새 두배로 치솟은 일본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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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쌀 소동’이 멈추질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비축미마저 방출하고 나섰지만, 쌀값 폭등으로 최근엔 쌀 도난 사건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쌀 소동으로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까지 나섰지만 쌀값은 1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쌀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올해 들어 도쿄도의 북쪽에 있는 이바라키(茨城)현에서만 접수된 쌀 도난 사건은 14건. 쌀 무게로만 따지면 4.5t에 달한다. 지역 경찰은 주택가 창고에서 쌀을 대거 훔친 이들이 전매를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이웃 지바(千葉)현에서도 도난 사건이 이어졌다. 일반 가정집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쌀 160㎏이 하룻밤 새 사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바현 북동부의 아사히시(旭市)에서도 쌀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4건이나 접수됐다. 지난 한 달 사이, 아사히에서 도난당한 쌀은 약 1t에 이른다.
계속되는 '레이와의 쌀 소동'
일본에서 쌀 소동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18년 1차 대전으로 쌀값이 급등한 적 있다. 93년에도 쌀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았던 탓에 흉작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자, 당시 일본 정부가 태국과 미국에서 쌀을 수입에 나서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일본에선 이번 쌀 대란을 연호에 맞춰 ‘레이와(令和)의 쌀 소동’으로 부른다. 올해는 레이와 7년이다. 일각에선 더위로 인한 작황이나 해외 관광객 수요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쌀 부족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레이와의 쌀 소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쌀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마트에선 1인당 쌀 구매 제한을 두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햅쌀이 풀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가을 추수 기간이 지나서도 쌀 부족은 해결되지 않았다.

쌀값이 급등하면서 미국산 쌀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서 쌀이 사라지자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햅쌀값(5㎏ 기준)이 1년 만에 4000엔(약 4만원)대로 배로 치솟았다. 지난 28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쌀값은 일주일 만에 3엔이 오른 4220엔(약 4200원)이다. 16주 연속 오름세로 사상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최근 비축미 방출까지 나섰지만, 쌀값은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축미를 두 차례나 방출했지만 실제 소매점에 풀린 쌀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도쿄의 한 슈퍼에서 만난 주부는 “집 근처 마트에서 쌀을 사곤 했는데, 비축미는 아직 못 봤다”고 푸념했다.
폭등한 쌀값에 일본 소비자들은 쌀 소비를 줄이고 있다. 빵과 면을 섞어 쌀 소비를 줄이는 혼식까지 등장했다. 기업들도 대책에 나섰는데 편의점인 패밀리마트는 주먹밥 매대에서 ‘김 없는 주먹밥’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패밀리마트가 지난해 내놨던 김을 두르지 않은 주먹밥은 약 5개 제품이었다. 하지만 쌀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쉽게 주먹밥을 구입할 수 있도록 김을 없앤 제품을 10개로 늘렸다.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먹밥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또 다른 편의점인 로손은 주먹밥에 면을 더한 도시락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존엔 주먹밥 두 개 들이에 계란말이와 같은 반찬류를 더한 도시락이었다면, 주먹밥을 하나로 줄이고 면을 보태는 등 편의점 도시락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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