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통일교 전 간부 "尹 1시간 만나…해외사업 동의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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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수주를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훈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만난 윤 전 본부장(왼쪽). 독자 제공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 명목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 관계자가 검찰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통일교가 캄보디아 사업 관련 정부 지원을 받으려 했는지 수사 중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최근 조사했다. 윤 전 본부장은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6000만원대 영국 명품 브랜드 ‘그라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전 본부장은 이러한 과정이 “모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결재를 받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통일교는 2022년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 건립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받고자 청탁했는지가 수사 대상이다.
윤 전 본부장은 같은 해 5월 통일교 주최 한 행사에서 “통일 세계를 위해선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그 방식이 ODA”라며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얘기했고, 합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당선인 신분)과 같은 해 3월 22일 1시간가량 만나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도 했다.
통일교 측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같은 달 한 총재에게 캄보디아 사업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 달러(약 1조9000만원)에서 15억 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ODA 사업 수주가 수월해진다.

경찰이 30일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주변 통행을 통제했다. 오소영 기자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런 정황을 담았다. 압수수색 영장엔 ‘(피의자인 윤 전 본부장과 전씨가)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탁 사안으론 ‘대통령 취임식 초청’ ‘캄보디아 사업 관련 ODA’ ‘YTN 인수’ 등이 적힌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관련 진술도 확보한 만큼 통일교 재단으로 수사망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재단 측은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통일교를 떠났다”며 “캄보디아 사업은 결국 추진되지 않았고, 금품 전달 의혹은 전혀 모르는 일”라고 했다.
”김 여사, 직무 연관성 인정 때 피의자 전환 가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후 7일만인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김 여사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 중 1대는 김 여사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나오면서 보안 휴대전화(비화폰)를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였다고 한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라고 한다.
검찰은 100여 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 전 본부장이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해당 금품을) 잃어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주원 기자
법조계 일각에선 실제 윤 전 본부장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 여사의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을 제기한다. 공직자 배우자를 현행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무원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非)공무원이 공무원 직무에 관한 금품을 수수했다면 알선수재죄를, 공무원을 중재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따라 적용 죄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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