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 상황 뭐냐, 설명 해달라"…軍통수권자 네번째 변경 외교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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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의 외교부 로고. 연합뉴스
초유의 ‘대행 연쇄 사임’ 사태에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외교부는 주한 공관에 ‘최상목 대행 체제’를 알리는 외교 공한을 보냈다 수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러 간 군사동맹 공고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갈수록 엄중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군 통수권자만 네 차례 바뀐 점 역시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2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전날 오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 이후 한국 주재 각국 공관에 외교 공한(공적 서한)을 보내 상황 변경을 알렸다. 한 대행의 사임에 따라 2일 0시 부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을 맡게 되며, 한국의 외교 기조는 변함없다는 게 골자였다. 각 재외공관에도 복무 자세 유지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최 부총리를 탄핵하기 전 최 부총리가 사임하고, 한 대행이 이를 수용하면서 한밤에 다시 상황 변경이 생겼다. 결과적으로는 외교 공한의 내용이 틀리게 된 셈이다. 이에 외교부는 각국 주한 공관에 보낸 공한을 급히 수거했다. 재외공관에는 곧바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행 체제로의 변화를 다시 공지했다. 그리고 2일 오전 ‘이주호 체제’를 알리는 공한을 다시 주한 공관들에 보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처럼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대외 설명에서도 혼란을 겪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재국으로부터 ‘한국 상황이 너무 흥미롭고 복잡하니 설명을 좀 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낯 뜨거워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호 대행은 2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대북 대비태세 유지를 주문한 가운데 잇단 군 통수권자 변경이 군 기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 공군의 전투기 민간 오폭 사고, 지난달 경공격기 기관총 낙하 사고 등 기강 해이로 볼 수 있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통수권이 국가 권력에 따라 바뀌는 부분은 저희가 평가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통수권자의 지침은 다 같은 맥락으로, 야전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리더십 교체가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언론 질의에 “우리는 우리 동맹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그리고 한국과 협력하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상계엄 이후 미 정부의 이런 입장 표명도 벌써 네 번째다. ‘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주호’로 대행의 이름만 바꿔 거의 같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간 2+2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협상 대표인 최상목 전 부총리 탄핵 및 사임 상황이 벌어진 것 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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