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등포 동쪽이던 그곳, 신도시개발 표준모델 된 상전벽해의 속살[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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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
김시덕 지음
인플루엔셜
부와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는 강남 진입은 이제 서울이나 수도권 주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 3월 서울시가 부동산광풍을 막기 위해 그 진원지인 강남·서초·송파 3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조치는 ‘강남불패’ 신화를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줬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이 지은 이 신간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강남에 대한 방대한 취재와 자료 수집을 통해 그 속살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 책이다.
영동대교 등 지금도 강남의 지명에 남아 있는 영동은 영등포 동쪽을 뜻한다. 1968년엔 영동1지구(지금의 서초구), 1971년엔 영동2지구(지금의 강남구) 사업이 착공됐다. 이어 원래 강북 생활권이었던 잠실도를 한강 본류를 변경시켜 강남에 붙이면서 지금의 송파구 잠실지구가 개발됐다. 허허벌판이었던 경부고속도로 일대를 정비하고, 6·25 전쟁을 교훈 삼아 강북에 집중된 인구를 강남 일대로 분산시키기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반포 아파트 당첨자를 추첨하는 모습. [중앙포토].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보통시’였던 강남 3구가 ‘강남특별시’가 될 줄은 정책 담당자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번 시작한 강남 개발은 강북의 각종 시설이 이전되고 부동산 투자와 투기 등이 몰아닥치면서 주변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이 책은 또 강남 이전의 강남민들, 압구정현대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에 설계된 안보용 총안(銃眼)과 벙커, 안보교라 불렸던 잠수교, 서초동 꽃마을과 대치동 구마을 등의 원주민들 애환 등 다양한 스토리들을 흥미진진하게 회고한다. 잠실의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수변 공간, 복합쇼핑몰이라는 3대 요소로 구성된 ‘강남적 삶의 양식’은 1기 일산신도시, 세종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 전국 다른 신도시 개발의 표준모델이 됐다.
GTX 노선 완공,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지만 강남은 인프라,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지역임에 틀림없다. 강남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책장을 신중히 넘기면서 지나 온 궤적을 추적해 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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