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m 매머드’가 고개를 끄덕…도심 전체가 시간 여행하는 이곳

본문

17463215776581.jpg

최근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과 선돌마당공원 사이에 놓인 선돌보도교 위에서 방문객들이 촬영용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달서구]

2006년 7월 26일 대구 달서구 월성동 아파트 건설 현장. 경북문화재연구원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지도위원회를 열어 “대구에서 처음으로 구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북문화재연구원은 그해 4월부터 11월까지 건설 현장에서 2만년 전에서 1만년 전 사이의 구석기 시대 석기, 청동기 시대 토기와 주거지 등 총 1만3000여 점을 출토했다. 이 중 백두산이 원산지인 흑요석도 나와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5000년의 대구 역사, 2만 년 전으로

월성동 유물 발견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대구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시점을 5000년 전으로 봤다. 구석기시대 유물이 나오면서 대구 역사는 순식간에 2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유물이 대거 발견된 월성동 아파트 공사 현장은 과거 월배 선상지(扇狀地)가 있던 곳이다. 대덕산과 금호강·낙동강이 합류해 만들어진 부채꼴 모양 충적지였다. 선상지는 지면 경사가 거의 없어 평평하고 토지가 비옥해 농경지로 활용하기 좋다.

달서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구석기 유물이 대거 발견된 곳은 거주 환경이 우수해 유물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커 아파트 개발 전에 표본·시굴 조사를 진행했다”며 “당시 유물이 발견되면서 공사 전 경북문화재연구원이 8개월간 출토 작업을 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본격화한 시간 여행 

17463215778051.jpg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상화로에 위치한 거대 원시인 조각상. 김정석 기자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선사시대 관광 콘텐트화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2018년 2월 2억원을 들여 길이 20m, 높이 6m짜리 거대 원시인 석상 ‘이만옹(二萬翁)’을 진천동 선사유적공원 길목에 세웠다. 도로 곳곳에 선사시대 관련 조형물도 만들었다. 천 조각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털북숭이 남성 원시인이 도로 입간판 위에 앉아 돌도끼로 간판을 내리찍는 모습을 한 조형물도 있다. 특히 2021년부터는 ‘선사시대로 테마거리 조성 사업’을 시행해 체험형 콘텐트를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17463215779931.jpg

대구 달서구에 있는 또 다른 원시인 조형물. 원시인이 도끼를 휘둘러 도로안내판을 찌그러뜨리고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사진 달서구]

선사시대 테마거리 3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달서구 선돌공원에는 지난 22일 4m짜리 거대 매머드가 들어섰다. 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 때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코끼리로, 조형물은 실제 매머드 크기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 매머드는 거대한 머리부터 코와 꼬리 등이 정교하게 움직여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천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최모(40)씨는 “아이가 워낙 공룡, 동물을 좋아하고 선사시대에도 관심이 많아서 하교 후 들렀는데 단순 조형물이 아니라 실제랑 비슷해서 깜짝 놀라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선돌공원 곳곳에는 나무를 자르거나 토기를 빚는 선사인 조형물도 배치돼, 공원 전체가 하나의 선사 마을처럼 꾸며졌다.

17463215781592.jpg

대구 달서구 선돌공원에 있는 매머드 조형물 사진. 높이 4m 크기로 얼굴 등이 움직여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달서구]

선사시대와 현대를 잇는 보도교도 들어섰다. 지난 24일 준공식을 가진 선돌보도교에는 선돌마당공원의 입석 1호와 선돌공원의 입석 3호를 형상화한 상징 조형물이 양옆에 설치돼 눈길을 끈다. 당초 이곳은 성서공단과 주거지역을 잇는 도로로 횡단보도가 있었으나 교통량이 많아 보도교 설치가 필요했다. 달서구는 33억원을 투입해 보도교를 만들면서 ‘입석을 지나 선사시대로 향한다’는 스토리를 가미했다.

선사문화축제엔 1만명 다녀가기도 

지난 26~27일까지 선돌마당공원 등에서 개최한 ‘2025 달서 선사문화체험축제’는 이틀간 약 1만 명이 다녀가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냥, 불 지피기, 토기 제작 등 선사시대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감형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선사시대로 사업을 통해 조성된 테마거리 등은 지역 정체성을 담은 살아있는 교육·체험의 장”이라며 “앞으로도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12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