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낚시성 홍보? 관객 감성에 집중할 뿐"...영화시장 &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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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히트맨2' '승부' 등 세 편의 영화를 내리 흥행시킨 바이포엠스튜디오의 한상일 이사. 그는 ″영화 마케팅을 할 때 스토리텔링에 의존하지 않고, 관객의 감정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소방관'(385만 관객), '히트맨2'(254만 관객)에 이어 '승부'(4일 현재 213만 관객)까지.
한국 영화 부진 속에서 세 편의 영화를 내리 흥행시킨 영화사가 있다. 심지어 '소방관'과 '승부'는 주연 배우 곽도원과 유아인의 사생활 리스크라는 악재를 안고도 흥행을 일궈냈다.

'소방관' '히트맨2' '승부' 잇딴 흥행 #바이포엠스튜디오 한상일 이사 인터뷰

신생 투자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이하 '바이포엠') 얘기다. 바이포엠은 현재 영화 관계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신생 투자배급사다. 바이포엠이 다른 영화사로부터 '소방관' '승부' '바이러스' 등 세 편의 판권을 사들인 뒤 지난 연말 '소방관'을 개봉할 때만 해도 영화계 시선은 "과연 되겠어?"였다.

하지만 '소방관'은 지난해 연말 최고 흥행 영화가 됐다. 전편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은 '히트맨2'까지 설 연휴 최고 히트작으로 만든 데 이어, '승부'까지 흥행시키자, 바이포엠을 바라보는 시선과 위상이 확 바뀌었다. 이 정도면 운이 아닌, 실력으로 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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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부'에서 바둑황제 조훈현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바이포엠이 영화의 본질이 아닌, 마케팅과 포장에만 치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바이포엠은 원래 바이럴 마케팅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눈길 끄는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트)을 영화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경찰 병원, 군인 병원도 있는데 왜 소방관 병원은 없냐', '우리 오빠 '소방관' 혼자 보다 여친 생긴 사연' 등 눈길 끄는 밈을 온라인에 확산시키는 식이다. 반응이 좋은 키워드나 영상은 10~20세대를 타깃으로 더 많이 만들어 뿌린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의 심박수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 예산의 40%를 개봉 이후에 투입하는 것도 기존 영화 마케팅과의 차별점이다.

지난 2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만난 바이포엠 한상일(44) 이사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홍보하는 것일 뿐, 마케팅으로 눈속임 한다는 비판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본질과 관계없는 낚시성 홍보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준 것 뿐이다. 마케팅은 작품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스토리텔링과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고, 관객의 감성에 집중한다. 그게 '눈속임'인지 여부는 대중이 판단한다. 침체된 영화 시장에 자극을 주고 활기를 불어넣는 메기로 봐줬으면 좋겠다."

밈의 주 소비층은 10~20세대인데, 확장성이 있을까.  

"그들이 마중물을 만들어줘야 30~40세대가 따라온다.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 같은 놀잇감을 제공하면 대중이 갖고 놀면서 입소문이 퍼진다. 121만 관객을 모은 일본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 이하 '오세이사') 때도 '개슬퍼'란 직관적인 평가 한 마디에 집중한 콘텐트를 만들어 10대들의 온라인 놀이터에 뿌렸다. 젊은 직원, 빠른 의사 결정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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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실화 바탕 재난 드라마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소방관','승부'는 어떤 마케팅 전략을 취했나.   

"주연배우 리스크를 인정하되, 장점을 부각시키자는 전략이었다. 실화 바탕의 장점을 지닌 '소방관'은 엔딩 부분의 감동을 배가하기 위해 다시 편집했고, 곽도원 클로즈업 샷은 최대한 배제했다. '승부'는 배우 리스크보다는 바둑은 고루하다는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다행히 김형주 감독이 몰입도 높게 연출했기에, '연기의 신' 이병헌 비중이 크다는 걸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다."

'소방관' 개봉 전날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아찔했겠다.  

"곽경택 감독의 동생 곽규택 의원(국민의힘)이 탄핵 표결에 불참한 걸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했다. 영화로 불똥이 튀는 걸 막기 위해 곽 감독에게 메시지를 내달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보고, 곽 감독이 작품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민한 대처였다."

티켓 한 장 금액 당 119원을 국립 소방병원에 기부하는 '119원 기부 챌린지'도 화제였다.  

"'소방관'의 초반 마케팅 때 '희생'과 '감사' 키워드에 대한 반응이 높았다. 그래서 기부 챌린지를 떠올렸다. 4억5800만원을 모아 국립 소방병원에 전달했다. 적은 금액이 아니어서 고민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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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트맨2'의 주인공 준은 특수요원 출신의 웹툰 작가다. 자신의 신작 웹툰으로 범죄에 휘말리지만, 국정원 동료와 가족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히트맨2'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약점이 큰 영화라는 건 인정한다. 무조건 설 연휴를 노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홍보에 목숨 걸었다. 무대 인사에서 권상우 배우가 무릎 꿇고 도와 달라고 한 게 화제가 됐고, 감독과 배우들이 14일 연속 무대 인사, 게릴라 마케팅 하면서 전국을 누볐다. 그런 정성으로 영화의 약점을 희석시켰다."

향후 라인업은.

"7일 개봉하는 배두나 주연의 '바이러스'를 비롯해 일본 영화 리메이크 '태양의 노래', 하정우 연출·주연의 '윗집 사람들', 이선빈 주연의 공포물 '노이즈', 최우식 주연의 '넘버원', 이주명 주연의 '안아줘' 등이 있다. '오세이사' 리메이크(추영우·신시아 주연)는 곧 촬영에 들어가고,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 리메이크, 청춘물 '졸업식'도 준비하고 있다."

청춘물이 눈에 많이 띈다.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청춘의 본질은 똑같다. 청춘물을 보며 10~20세대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30~40대는 '나도 그랬지' 하면서 공감한다. 혼자 자라고 혼자 놀면서 감정 교류가 약해진 젊은 관객에게 영화가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손익분기점 100만 규모의 작지만 강한 영화를 1년에 8편 정도 내놓을 계획이다. 목표는 항상 100만 관객이다. 100만 이후부터는 관객이 관객을 불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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