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먹는 것도 졸라맨다…외식∙집밥 소비 2년연속 첫 동반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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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 음식점들의 간판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아내, 두 아들을 부양하는 50대 회사원 손모씨는 최근 식비 줄이기에 나섰다. 외식 횟수를 반으로 줄였다. 그마저도 패밀리레스토랑 대신 국숫집이나 국밥집으로 향한다. 집밥을 먹는 데 필요한 식자재 등 지출도 긴축한다. 마트에 가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가공식품의 경우 가급적 '1+1', '2+1'행사 상품을 집는다. 손씨는 “벌이는 거의 그대로인데 치솟는 학원비 같은 건 못 줄이니, 그나마 먹는 것에서 아끼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외식과 집밥 관련 소비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도 수치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소비와 연결되는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0.7%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1.9% 줄었다. 집밥 관련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는 2023년 ‘-3.0%’→지난해 ‘-1.5%’를 나타냈다. 올해도 동반 감소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분기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3.4% 축소했고,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는 0.3% 줄었다.

김영옥 기자
보통 외식과 집밥 관련 소비는 보완 관계 성격이 강하다. 먹는 게 생존에 필수적인 상황에서 외식을 늘리면 집밥을 줄이고 집밥을 늘리면 외식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고물가 현상 탓에 외식·집밥 지출을 모두 줄이는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그만큼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긴 하다. 월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이 4개월 연속 2.0~2.2%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 전에 너무 많이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과 비교하면 16% 넘게 상승했다. 더욱이 식생활 관련 물가만 떼 보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물가는 3.2% 오르며 작년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구내식당 이용은 늘리는 흐름이다. 기관 구내식당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3.3%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1.52로 저조했는데, 세부 업종별로 보면 기관 구내식당업이 96.31로 가장 높았다. 서울의 회사원 신모(37)씨는 “한 끼에 5000원대인 인근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며 “일반 음식점 밥이나 집밥보다 싸고 영양 균형 면에서도 더 충실하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식비를 아끼려 아예 굶거나, 커피 같은 디저트를 끊어 소비를 줄이려한다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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