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성사진에 찍힌 ‘화웨이 반도체 클러스터’…미국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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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선전시의 2022년 4월(왼쪽)과 올해 4월(오른쪽) 위성사진을 비교하며, 새로 생긴 첨단 반도체 시설 3곳의 운영사가 화웨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FT 홈페이지 캡처]
중국을 옥죄려던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가 되레 중국의 기술 굴기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된 걸까.
중국 화웨이가 광둥성 선전(深圳)에 조성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반도체 시설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단순한 산업 단지 조성을 넘어 반도체 설계부터 장비 제조, 후공정(패키징)까지 전 공정을 자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직 계열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과 지난달 찍은 위성사진을 비교하며 화웨이가 중국 선전시 관란 지역에 세 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이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두 곳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시캐리어(SiCarrie)와 메모리칩 제조업체 스웨이슈어(SwaySure)가 운영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FT는 화웨이가 두 업체와의 연계를 부인했지만, 물밑으로 투자 유치와 인력·기술 공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캐리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리소그래피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칩을 만들려면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제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요한데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은 이 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 화웨이가 시캐리어에 대한 투자·협력을 강화했다는 건 자체적으로 장비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체인 스웨이슈어는 D램 제조업체다. 현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적층 패키징 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단 제조장비에 더해 화웨이를 중심으로 HBM을 자급화하고 독자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단 전략으로 볼 수 있다. FT는 화웨이가 칩 설계 업체인 엔비디아(미국)와 제조장비 업체 ASML(네덜란드), 메모리칩 제조업체 SK하이닉스(한국),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대만)를 대체할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반도체연구 컨설팅 회사 세미애널리시스의 창립자 딜런 파텔은 FT에 “화웨이는 웨이퍼 제조 장비부터 모델 구축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 공급망의 모든 부분을 국내에서 개발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이런 시도를 한 기업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과거에도 위기를 기회 삼아 첨단 기술 개발에 성공해왔다. 미국 정부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자 자체 OS인 ‘훙멍’(鴻蒙·Harmony)을 개발했고, 현재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수입이 막히자 자체 AI 칩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갖춘 ‘어센드 910D’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첨단 장비와 패키징 기술이 결합할 경우 기술 자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에 미국 기업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정책으로 기술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힐 앤 밸리 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AI 칩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지지 않았다. 중국은 우리 바로 뒤에, 아주 가까이 있다”며 화웨이를 콕 집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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