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뺄셈의 미학 필요하다"…日왕실 홀린 이케바나 장인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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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케바나를 대표하는 오하라류의 치지 마사카즈. 지난달 서울 일본문화원에서 이케바나를 시연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국 판소리에 유파가 있듯 꽃꽂이에도 유파가 있는데, 그 중 일본 왕실도 사랑하는 오하라(小原)류를 대표해 치지 마사카즈(知地正和ㆍ65) 오하라류 연구원 조교수가 초청됐다. 이름 자체가 "땅을 알다"라는 의미의 치지 교수는 19세에 오하라류에 입문해 다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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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애정도 깊은 치지 마사카즈 조교수는 일부러 한복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나왔다. 전민규 기자

치지 교수는 지난달 3일 꽃꽂이 시연회에 앞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케바나에서 중요한 것은 덧셈이 아닌 뺄셈"이라며 "부족이 아닌 과잉이 문제인 현대 사회에서도 '뺄셈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그는 은은한 연하늘색 한복 두루마기를 갖춰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뺄셈의 미학이란.  
"가령 여기에 벚꽃 가지가 있다고 치자. 꽃송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아름다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가지에 달린 꽃송이 몇 개는 잘라내야 한다. 그렇게 몇 송이만 남긴 벚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벚꽃 본연의 아름다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를 수록 커지고, 뺄 수록 더해진다."  
이케바나로 추구하는 바는.  
"아름다움이다. 꽃을 꽂을 땐, 자연을 생각한다. 화병으로 자연의 대지를 표현하고, 꽂는 가지로 덤불을 표현하는 식이다. 가고 싶어도 현실 생활에선 갈 수 없는 자연, 그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인간이 그 자연을 표현하려는 수양이다. 6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케바나를 배우는 사회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각자의 괴로움과 피로로 가득한 채 교실에 들어오지만, 꽃과 나무, 화병을 마주하며 위안을 받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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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대할 때면 표정이 한껏 진지해지는 치지 마사카즈 조교수. 전민규 기자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분주히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게 하는 것,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평화로 이어지는 것.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수행과 수양을 하듯 기초부터 탄탄히 쌓아가야 한다. 그게 아름다움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에 올 때마다 즐겁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식문화의 합이 뛰어난 것 같다. 오하라류 서울지부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고 있어서 그분들과 교류하면서 느끼는 바도 많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복 두루마기를 차려 입었다."  

치지 조교수의 시연회에서 어시스턴트 역할을 한 오하라류 서울지부의 정은숙 지부장은 중앙일보에 "꽃 관련 일을 하다가 이케바나를 접했는데, 배울수록 어려운 데 아름다운 매력에 빠졌다"며 "꽃을 통해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게 이케바나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암 투병 중인 정 지부장은 "몸과 맘 모두 지쳤던 가장 힘들었던 때 이케바나를 통해 나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고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며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걸맞는 나의 최선을 다함으로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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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이케바나 전시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전시회에서 축사를 한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대사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의미를 (올해) 1년에 한정하지 않고 이후 양국 관계의 발전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 이런 문화 행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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