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운사 머스크와 손잡은 HD현대...불붙는 해양 탈탄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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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A.P. 몰러 머스크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Robert Maersk Uggla) 의장이 ‘탈탄소 해운 기술 발전 및 글로벌 통합 물류 서비스 분야의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전 세계적인 탈(脫)탄소 움직임이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해양 탈탄소’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술 투자 및 협력을 확대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 미 해군 군함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에 이은 세 번째 경쟁이라는 평가다.

6일 HD현대는 글로벌 해운·물류 기업인 A.P.몰러 머스크(이하 머스크)와 탈탄소 해운 기술발전 및 글로벌 통합 물류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HD현대의 최첨단 선박 탈탄소 기술을 머스크 선단에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탈탄소란 선박의 건조·운항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및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노력을 의미한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선·해운산업에선 생존의 문제로 여겨진다.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해 탄소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는 100% 암모니아, 수소, 재생에너지 연료를 통한 무(無)탄소 운항이 목표다.

이번 협약은 HD현대중공업이 머스크에 인도한 컨테이너선에 최신 탈탄소 기술을 시범 적용해 6개월간 운항하면서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구체적 내용이다. 이 선박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AI 기반 탈탄소·경제 운항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와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의 ‘하이나스(HiNAS)’가 탑재된다. 머스크는 HD현대에 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협약식에서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의장 등과 만나 “안전성과 탄소배출 저감, 최적의 효율성을 모두 갖춘 지속가능한 해양 물류망 구축을 위해 세계 최고 조선 기술력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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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 세션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 역시 해양 탈탄소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개발 계획을 밝혔다. 암모니아·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쓰더라도 선박 내연기관의 안정적인 연소를 위해서는 파일럿 오일(점화용 디젤연료) 같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연료 비중이 10~15%까지 필요한데, 이를 보완해 100% 암모니아로 운항할 수 있는 가스터빈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에는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의 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한 무탄소 추진 LNG운반선 ‘오션1’을 공개하며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증할 해운사 ‘한화쉬핑’도 설립해 개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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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3일 태국 방콕의 방콕 항구에 정박 중인 화물선에 컨테이너가 적재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탄소저감 관련 국제 규제가 점차 강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일명 ‘해양 탄소세’로 불리는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5000톤(t) 이상 선박이 일정 기준 이상의 연료 집약도를 초과할 경우, t당 100달러(약 13만9000원)에서 최대 380달러(약 52만7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조치는 올해 10월 공식 채택된 후 2027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해운업계에는 부담이 크지만, 조선업계에는 친환경 선박 수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는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선박의 친환경 교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며 기존 25~30년 주기의 교체 사이클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개발과 수주 시장에서도 맞붙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HD현대마린엔진을, 한화는 2023년 한화엔진을 인수해 친환경 엔진 수요에 선제 대응 중이다.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이중연료 추진선 12척을 수주했으며, 한화오션은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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