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흑백요리사·촬영감독에 대상, 61회 백상 ‘최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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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D홀에서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 시상식은 예상치 못한 대상 호명에 들썩였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방송 부문 대상을, 영화 ‘하얼빈’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영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예능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은 것도, 영화 촬영 감독이 대상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유재석(49회, 57회)과 강호동(44회), 나영석 PD(51회) 등 예능 프로 출연자나 연출자가 대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 자체가 방송 부문 대상을 받은 것은 최초. 그만큼 ‘흑백요리사’ 열풍이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제작사 스튜디오슬램 윤현준 대표는 시상식에서 “예능으로 대상을 받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한국 예능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흑백요리사’는 우리 사회의 계층 분화, 계층 간 사다리가 단절된 상황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을 공략했다”며 이번 수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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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영화 부문에서 배우나 감독이 아닌 촬영감독이 대상을 받은 것도 이례적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하얼빈’은 몽골·라트비아·한국 등에서 촬영한 수려한 영상이 돋보였던 작품. 공희정 TV평론가는 이번 수상에 대해 “촬영·미술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 작품의 완성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를 조명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얼빈’은 영화 부문 작품상도 받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OTT, 유튜브 프로그램이 대거 수상한 것도 특징이다. ‘흑백요리사’ 외에도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방송 부문 작품상·극본상(임상춘)·남·여 조연상(최대훈·염혜란)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방송 부문 남여 예능상은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의 이수지와 신동엽에게 돌아갔고, 예능 작품상에는 어플 없는 여행으로 화제를 모은 ‘풍향고’(유튜브 채널 뜬뜬)가 호명됐다.

시대를 반영한 수상 소감도 이어졌다. ‘폭싹 속았수다’의 김원석 감독은 “혐오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 보고 ‘미워하지 말고 같이 잘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을 인정해준 상”이라고 말했다. ‘전, 란’으로 신철 작가와 함께 영화 부문 각본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과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보며, 용감하고 현명한 국민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위대한 국민 수준에 어울리는 리더를 뽑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겠다”며 다가오는 대선을 언급했다.

방송 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김태리(정년이)와 주지훈(중증외상센터)이, 영화 부문은 전도연(리볼버)과 조정석(파일럿)이 수상했다. 연극 부문에선 ‘퉁소소리’(서울시극단)가 백상연극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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