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샤넬백 반값, 왜 안 삽니까?" 미장 팔고 국장 갈아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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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 4인 ‘코스피 유망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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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운 오리 새끼’ 대접을 받던 코스피가 올해는 선전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 들어 3.3% 떨어지는 동안 코스피는 6.7% 상승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 부진한 내수 속 깜짝 선전이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트 ‘머니랩’이 내로라하는 투자전문가들에게 한국 증시 전망과 유망 투자 종목 등을 점검해봤다. 연기금 대표 매니저인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 수퍼개미 출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롱바이어스드(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의 대표 매니저로 꼽히는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해외 유수 연기금들이 선택한 펀드매니저인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부사장(가나다순)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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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기자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종목을 싼 가격에 사는 일이다. 국내 대표 펀드매니저 4인의 화두도 ‘가격’이었다. 비싼 미국 주식 시장보다 싼 한국 주식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이유다. 다만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조선·방위산업 종목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초 이후 한국 증시의 성과가 좋다. 앞으로 투자 전망은 어떤가.
백지윤 “올해 한국 시장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국내 주식시장에)전력투구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증시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수준) 부담 등으로 더 갈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박진호 “국내 시장은 저가매수해도 되는 시점이다. 관세, 탄핵, 내수침체 등 부정적인 요인들은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됐다. 향후 경제 경로도 다운사이드(하향)보다 업사이드(상향)가 크다고 본다.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37조원을 팔고 나갔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잘 넘어간다면 외국인 자금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너무 장밋빛 전망 아닌가.
한상균 “코스피 2400대에 주식을 안 사면 언제 살 것인지 묻고 싶다. 미국 증시는 비싸지만 한국 증시는 싸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가격에 사는지다.”
이한영 “현재 통화 정책은 금리인하 사이클이고 재정정책은 돈을 풀어야 하는 사이클이다. 누가 한국 대통령에 당선되든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고 기업 실적은 우상향 사이클이다. (주식투자를 고려할 때) 불편한 요인이 없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조선·방위산업은 어떻게 보나.
백지윤 “조선·방산주의 비중을 조금 줄일 생각이다. 그간 많이 오르기도 했고 주도주가 한번 바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조선은 한국이 워낙 독보적인 분야이고 사이클도 몇 년 더 남았다고 본다. 다만 조선은 사이클 산업이고 언제 흐름이 끊길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미리 샀다면 조금씩 줄여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박진호 “조선주는 주가만 놓고 보면 비싼 게 맞다. 제조업인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배 가까이 된다면 비싼 거다. 그러나 조선업은 초장기 사이클 산업이다. 지금 그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 지가 2년 정도밖에 안 된다. 사이클이 7~8년까지 유지될 수도 있다.”
한상균 “조선·방위산업은 경쟁자가 진입하기 힘든 산업이다. 지금 당장 조선업을 하겠다고 해도 도크를 어떻게 짓겠나. 방산도 비슷하다. 경쟁자가 없는 사업은 공급과잉으로 다운턴(불황)이 오는 거지 수요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 이런 산업은 주가가 고점을 찍고 빠지는 걸 보고 나서 팔아도 늦지 않다.”
반도체 섹터는 어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전망해달라.
이한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역량이 워낙 견고하다. D램 등 범용 반도체들의 가격까지 상승 추세다. 마지막 과제는 반도체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관세 이슈가 어떻게 정리되느냐다. 관세가 적당한 선에서 확정만 돼도 주가는 생각보다 가볍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진호 “정보기술(IT)은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섹터지만 예전만큼은 자신없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중국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커머디티화(일반상품화)된 D램을 직접 설계해 만드는 데엔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비메모리 분야는 협업이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이걸 잘 못했다. 주문형 반도체, HBM 등에 뒤처지다 보니 주가가 오를 거라고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중국마저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올해 6월 대선도 있다. 증시엔 어떻게 작용할까.
백지윤 “누가 되든 친환경은 글로벌 기조라서 해상풍력 등 관련 산업과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또 상법 개정이 큰 테마로 자리 잡으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조(兆) 단위이면서 PBR은 낮은 지주사들에 주목할 걸로 본다.”
한상균 “새 정부도 국내 증시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친화적 환경 조성은 증시에 호재다. 일본도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최근 10년 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일본에서 수익을 많이 낸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또 다른 투자 아이디어가 있다면.
박진호 “지금 생각나는 건 경제 블록화다. 기존의 세계화 시대에는 생산은 중국에서, 소비는 미국에서 했다. 설비투자는 중국에만 하면 됐다. 그런데 경제가 블록화하면, 국가마다 생산설비를 갖춰야 한다. 미국도 생산 인프라, 운송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걸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 산업재가 수혜를 볼 수밖에 없다. 헬스케어도 주목하고 있다. 시가총액 3조~4조원이 넘는 바이오기업이 계속 나올 것 같다. 시가총액 2000억원이던 기업이 4조원이 되는 기회를 자주 발굴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이한영 “제조업 기업 중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계열 내 최고)’ 기업에 주목한다. 제조업 투자는 단순하다. 내수기업이면 주가수익비율(PER)을 10배, 수출기업이면 15배, 시장 독점 기업은 20배까지 줄 수 있다. 특정 밸류에이션에 도달하면 주가 상승이 막혔다가, 다시 실적이 높아지면 주가도 더 상승한다. 만약 이들 기업의 주가가 주춤하면 섹터 내 다른 기업이 오른다. 이밖에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카지노 관련주도 주목하고 있다.”
백지윤 “앞으로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수출기업 중 온수기 수출 등 수출 데이터가 잘 나오는 기업을 보고 있다. 관세 영향이 적은 엔터주 중 비즈니스 모델이 좋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한상균 “2010~2025년까지 15년 동안 코스피 내 업종별 비중을 보면 반도체 섹터는 20%에서 35%까지 늘었고, 헬스케어는 2%에서 11%까지 늘었다. 이 두 섹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섹터는 다 비중이 줄었다. 앞으로도 코스피 내에서 반도체와 헬스케어, 이 두 섹터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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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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