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일화 극적 합의냐, 파국이냐…김문수-한덕수 '심야 진통협상'
-
3회 연결
본문
극적 합의냐, 파국이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9일 온종일 요동쳤다. 당의 후보 교체 시도를 막기 위해 김 후보 측이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기각하자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던 김 후보 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절충의 실마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서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 대리인들은 이날 밤 8시 30분 국회 본청에서 만나 이양수 사무총장 주재로 1차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오후 10시 30분 2차 협상을 개시한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단일화 협상을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단일화 방식이나 후보 교체 등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다.
1차 협상엔 김 후보 측에서 김재원 비서실장 등 2명, 한 후보 측에서 손영택 전 총리 비서실장 등 2명이 참여했다. 당 대선후보인 김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조항(국민의힘 지지자+무당층)을 넣지 말자는 입장인 반면, 한 후보 측은 반영해야 한다며 맞섰다고 한다.
김 비서실장은 결렬 후 취재진과 만나 “단일화 방안으로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ARS 방식 조사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며 “무소속 후보자와의 대결이니 정당 지지 여부를 묻는 설문은 포함할 필요가 없다고 했더니, 한 후보 측이 ‘그걸 포함하지 않으면 협상할 수 없다. 나갈까’라고 물어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정당에서 선출된 국민의힘 후보를 모욕하는 처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저희가 생각한 가장 공정한 방법은 김 후보가 경선 때 승리했던 방법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승리한 방식을 받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을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주장을 바꾼 것이냐’는 질문엔 “국민의힘 후보 선출하는 단일화에 당원이 동의할 수 없는 방법, 민주당 지지자가 역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동의하냐”라고 말했다.
양측의 접촉이 심야에 극적으로 재개된 것은 이날 오후 김 후보 측이 법원에 제기한 ▶대선 후보자 지위 인정 및 제3자 후보 지위 부여 금지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중단 등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조속한 단일화 로드맵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김 후보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자 압박을 느낀 김 후보 측이 협상장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무총장은 법원 결정 뒤 취재진에게 “법원에서 정당의 폭넓은 자율성을 인정을 해줬다”며 “전 당원 찬반까지 거치면 절차적으로나 민주적으로나 정당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에선 단일화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후보 교체를 위해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김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을 무효로 한 뒤 ▶선관위와 비대위가 한 후보를 재선출하기 위한 안건을 통과시키고 ▶전 당원에게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10일 실시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 후보로 후보 교체에 찬성하는 당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11일 전국위원회에서 후보 교체를 확정 짓겠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의 2차 단일화 협상을 앞둔 시점에 열린 의총에선 의원들에게 ‘후보 재선출’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양측의 합의를 압박하고, 추후 후보 교체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또 의총에선 후보 교체를 포함한 재선출 관련 결정 권한을 비대위에 일임하기로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가 당 지도부의 단일화 일정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당헌ㆍ당규 위반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후보를 당 후보로 만들기 위한 강제 단일화에는 응할 수 없다”며 “저 김문수를 믿어달라. 제가 나서서 이기겠다. 함께 가자”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발언 뒤 연단에 오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의 기대와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긴 말씀 안 드리겠다. 더 큰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단상에서 내려온 권 위원장이 곧바로 의총장을 떠나자 김 후보도 뒤따라 퇴장했다. 의총장에선 김 후보를 향해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고 얘기 좀 듣고 가라” “자기 혼자 떠들 거면 뭣 하러 온 거냐”는 고성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의총 직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당 지도부의 환대를 받으면서 의총장에 들어서며 김 후보는 ‘단일화 촉구’ 단식 중인 권 원내대표에게 “몸에 안 좋은데”라며 중단을 권유했다. 의원들은 김 후보에 기립 박수를 보냈고, 권 원내대표는 대표로 꽃다발을 전달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며 김 후보를 추어올렸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가 후보에게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도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 참석 의원들에게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가 단일화 일정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의총 정회 뒤 취재진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당에서 단일화를 김 후보께 요청했던 이유는 후보께서 이미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라며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씀했다. ‘전당대회 직후 단일화하겠다’는 약속을 스물 몇 차례 하셨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대쪽 김문수를 권모술수 김문수로 만든 것은 그의 탐욕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간신 모리배들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고 썼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