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북 괴물산불에 거동 불편한 어르신 구한 경찰,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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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0시 15분 대구 동구의 한 산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이 경찰 수색으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북 지역 경찰들이 산 속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고, 한밤 중 산불에도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구조하는 등 주민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0시 15분쯤 동구 초례봉 8부능선 숲속에서 “여기에요”라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을 잃은 채 헤매다 탈진한 치매 노인 A씨(84)가 남은 힘을 쥐어 짜낸 목소리였다.

앞서 이날 A씨의 가족들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아버지가 스마트태그(배회감지기)를 신발에 부착하고 있는데, 마지막 위치가 초례봉 입구로 확인된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가 초례봉 등산로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초례봉으로 진입하는 5갈래의 등산로에 경찰 실종·형사팀, 경찰기동대, 민간 드론, 소방 등 경력 41명을 배치해 수색을 시작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경찰은 A씨의 이름을 부르며 찾기 시작했고, 기동대원이 등산로에서 벗어난 해발 420m 숲속에 앉아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기동대원은 발견 당시 탈수와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던 A씨에게 자신이 챙겨온 물을 마시게 하면서 안심시켰다. 이후 A씨는 경찰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하산했고, 119구급대의 응급치료 후 가족에게 인계됐다. A씨 가족은 “밤 늦게까지 쉬지 않고 수색해 준 경찰관과 소방대원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실종 사건에서 ‘스마트태그’가 A씨를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위치 추적기 중 하나인 스마트태그는 배터리가 최대 500일까지 유지돼 기존에 보급된 배회감지기(최대 5일) 대비 수명이 길고, 크기도 작아 발목이나 신발 등에 휴대가 간편하다.

A씨는 과거 치매 증상으로 길을 잃은 적이 있어 당시 실종수사팀이 가족에게 스마트태그 사용을 권장해 가족이 인터넷을 통해 구매 후 사용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올해 스마트태그 760개를 확보해 2회 이상 실종된 치매노인 등을 상대로 보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속한 주민 구조를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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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산불 당시 인명 구조로 1계급 특별승진 한 백종현 경위(가운데). [사진 포항남부경찰서]

경북에서는 산불이 났을 때 제때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구한 경찰관이 1계급 특진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7일 인명 구조 공로로 상대지구대 소속 백종현(39) 경사를 경위로 특별승진시켰다.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백 경위는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도내 곳곳으로 확산하던 지난달 25일 청송경찰서로 지원 근무를 배치받아 나갔다. 근무 당시 백 경위는 이날 오후 10시 53분쯤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집에서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신고가 접수되자 해당 지역인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로 출동했다. 하지만 당시 산불로 인해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내비게이션이나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신고된 주소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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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기곡리 한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백 경위는 포기하지 않고 약 1시간 동안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하면서 신고된 집을 찾았다. 당시 산불이 집으로 옮겨붙기 시작해 집 일부가 이미 타고 있었고, 집 안에는 다리가 불편한 주민 B씨가 나오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백 경위는 즉각 B씨를 데리고 나왔고, 집은 이후 전소됐으나 B씨는 머리카락만 조금 타는 정도의 피해만 입었다. 백 경위는 “경찰관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포상을 줘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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