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세기 시작한 인연...봉하 산타마을 이어 120억 봉트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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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6월 13일 경북 봉화군 충효당 일원 K-베트남 밸리 조성지를 방문해 충효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베트남에서 직선거리로 3000㎞ 이상 떨어진 한국의 작은 도시 경북 봉화군에 ‘베트남 마을’이 조성된다. 봉화군과 베트남을 합친 단어인 이른바 ‘봉트남’이다. 12세기부터 이어온 봉화군과 베트남의 인연을 스토리텔링 삼아 베트남 테마명소를 만드는 사업이다.

봉화군은 2029년까지 5년간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과 연계해 베트남 테마명소 ‘봉트남’을 조성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25년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에 봉화군이 최종 선정되면서 추진한다. 이는 지역에서 필요한 관광개발사업을 자율적으로 발굴·기획 후 중앙정부와 협력하는 사업이다. 여기는 총 사업비 120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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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인 '봉트남' 관련 사업 종합계획 표지. 사진 봉화군

봉화군은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ly) 왕조 유적지를 활용해 베트남 테마마을을 만들고 역사 문화 콘텐트 개발, 디지털 복원 등을 진행한다. 또 유적지 인근 창평저수지를 활용한 이색관광 활성화와 상업 특화 거리 조성을 위한 관광 개발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베트남인들과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봉화군을 경북 북부 내륙지역의 관광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봉화군은 매년 10만 명 이상 방문하는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과 함께 베트남 테마명소 ‘봉트남’이 지역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봉화군과 베트남은 12세기에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베트남 국명이 대월(大越)이었던 시기에 제6대 황제 영종의 7남 이용상(1174~?·李龍祥·베트남어로 리롱떵)이 태어났다. 베트남 최초의 통일왕조이자 장기집권 왕조인 리 왕조(1009~1225)가 쇠퇴의 길을 걷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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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인 '봉트남' 관련 사업 종합구상도. 사진 봉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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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인 '봉트남'과 'K-베트남 밸리' 관련 사업 계획. 사진 봉화군

이용상의 조카인 혜종이 제8대 황제에 오른 뒤인 1210년, 왕조의 외척이었던 진수도(1194~1264·陳守度)가 국정을 위임받아 운영하게 됐다. 이후 리 왕조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진수도는 혜종의 딸을 임금에 앉힌 뒤 자신의 조카와 결혼시키고 왕위를 남편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성혁명을 일으켰다. 왕조가 이씨에서 진씨로 넘어가자 대규모 살육이 이뤄지고, 이씨 가문의 후손들은 대부분 멸족을 당했다.

봉화·베트남 인연, 12세기 때부터

이용상은 숙청에서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당시 대월을 떠난 이용상은 1126년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포에 이르렀다. 베트남 왕자가 표류해 왔다는 소식을 들은 고려 조정에선 크게 환영하며 그가 고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화산 이씨(花山 李氏) 성씨도 조정이 하사했다. 화산 이씨 시조가 된 이용상의 둘째 아들인 이일청이 안동부사로 부임하면서 후손들은 이후 안동과 봉화 일원에서 세거지를 이루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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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씨 시조 이용상이 베트남(대월)에서 고려로 이동한 경로. 중앙포토

봉화군 봉성면에는 이용상의 13세손인 이장발(1574~92)의 충효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충효당이 있다. 이장발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9세의 나이로 전장에 달려가 문경새재에서 혈전 끝에 생을 달리한 인물이다. 봉화군은 충효당을 ‘봉트남’의 중심부에 놓고 베트남 테마마을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은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체가 되는 관광개발사업으로 봉화군의 지방소멸위기 극복의 터닝포인트가 될 K-베트남 밸리 조성에 있어 단비와 같은 역할이 기대된다”며 “봉화군은 앞으로 국내외 베트남 관광객과 내국인 관광객에게 베트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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