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단결근 의무" 독특한 규칙 만든 日기업에 생긴 놀라운 일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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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근할 때 미리 연락하지 않기", "한 달에 1번, 하기 싫은 업무 정해 그 달엔 절대 금지"
일본의 한 새우 가공업체가 추진해온 독특한 근무방식이 화제라고 TV아사히가 6일 전했다. 오사카의 파푸아뉴기니 해산(海産)에서는 근무시간인 오전 8시 40분에도 정규·파트 타임 직원 22명 중 3명만 일하고 있었다. 무토 호쿠토(武藤北斗) 공장장은 “비가 오면 이럴 때도 있다”고 TV아사히에 전했다. 이날 비가 서서히 그치자,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해 낮에는 6명이 일했다.

"결근할 때 미리 연락하지 말 것", "한 달에 1번, 하기 싫은 업무 정하고 그 달엔 절대 금지"라는 일본의 한 새우 가공업체가 추진해온 독특한 근무방식이 화제다. 무토 호쿠토 공장장이 새우를 들어보이고 있다. X(옛 트위터)
근속 10년째인 한 40대 직원은 "아이가 3명인데 자녀 행사 때나 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무단결근을 했다"고 전했다. 무토 공장장은 과거 미야기(宮城)현에 공장이 있을 때만 해도 근태 관리를 엄격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뒤, 회사를 오사카로 옮길 때 퇴사자가 속출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무토 공장장은 "자녀를 키우는 엄마 직원들이 많았는데, '일하기 좋은 회사는 잘 쉴 수 있는 회사'라는 의견을 냈다"면서 "이를 계기로 쉴 때 눈치 보지 않는 회사로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보고해야 쉴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선 눈치를 볼 것이라고 판단해 "무단결근이 의무"라는 독특한 규칙이 생겼다. 첫 번째 규칙 덕에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게 됐고 장기 근속이 늘었다.
두 번째 규칙은 매달 싫은 업무를 정해서 그달에 해당 업무는 절대 할 수 없게 강제하는 것이다. 새우를 크기별로 나누기, 계량하기, 포장, 청소 등 업무는 약 30가지다. TV아사히는 "마음이 바뀌어 해당 업무를 하고 싶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달에 1번씩 업무는 교체한다"고 전했다. 각자 싫어하는 업무가 무엇인지도 표로 정리해 알 수 있게 했다.

매달 싫은 업무를 정해서 그 달에 해당 업무는 절대 할 수 없게 강제했다. 인스타그램
이런 규칙 덕에 최근 5년간 일이나 회사에 불만이 있어 일을 그만둔 사람은 없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다만 '2주간 20시간 이상 근무' 원칙은 지키고 있다고 한다.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서 냉동 새우를 평소보다 많이 생산했을 경우, 단골 거래처에 도매가격을 낮추는 조건으로 많이 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는 있다. 회사 측은 남는 새우를 활용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는 새우튀김을 메인으로 한 식당을 열 예정이다.

하기 싫은 업무는 표로 정리해 서로 알 수 있게 했다. 리트 홈페이지
특히 두 번째 규칙 덕에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누구는 편한 일만 하고 좋겠다"고 불만을 갖는 일도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직원 간 갈등이 줄고 업무 효율도 올라갔다. 모두가 싫다고 말하는 일의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아예 처음부터 해당 업무를 재검토했다. 그 결과 꼭 필요한 일에만 집중해 인건비 등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회사 측은 "규칙을 적용하기 전과 비교해 연간 이익이 400만엔(약 3900만원) 이상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무단결근이 규칙인 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한다고 소개하는 공고문.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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