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스 파업 위기, 현대차 임협 빨간불…통상임금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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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대법 판결 후폭풍

11년 만에 기존 판결을 뒤집은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란 대법원 판례의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 22개 지역 버스 노조는 오는 12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일제히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서울 버스 노사의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 적용 문제가 전국 버스 노사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조정 기간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전국 버스 노조는 오는 28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 경우 전국 약 4만4000대의 시내·시외·고속버스가 멈춰 설 수 있다. 전국 동시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미 서울 시내버스노조는 준법투쟁(법과 규정을 엄격히 지켜 업무 지연을 유도하는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있다. 당시 대법원은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며, 근로자의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에 따라 조건부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오르면 임금 전체가 증가하게 된다.

이 판결을 근거로 서울시 버스노조는 늘어나는 통상임금과 함께 내년도 기본급 8.2%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설계된 것이라며, 판례가 변경된 이상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통상임금 인상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적으로 이미 임금이 오르는 셈이라서다. 서울시와 사측은 통상임금 확대만으로 약 10%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본급 8.2%를 추가 인상할 경우 총 인상률이 20%를 넘어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사 혼란을 우려해 통상임금 판결의 소급효(법적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를 제한했지만,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퇴직자들로 구성된 소송단을 꾸려 통상임금 반환 소송에 들어갔다. 기아 노조도 지난 2월 변경된 판례를 반영해 적게 지급된 통상임금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다른 기업도 긴장 상태다. 하반기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라서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미 하반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통상임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올 1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춰 수당을 올려 달라고 회사 측에 공문을 보냈다.

오용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결국은 사측에서는 통상임금으로 계산해 주는 연장근로를 줄이거나 내년 임금 인상률을 줄여 임금 부담을 낮춰야 하는데,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 갈등은 예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기업들은 정부에 해석과 가이드라인을 문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기업들로부터 접수된 관련 질의는 이미 300건을 넘겼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뿐만 아니라 피복비, 체력단련비 등 기업마다 명칭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들은 복잡한 수당을 정리하거나 성과 기반 상여금으로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며 “다만 모든 게 노사가 합의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내내 노사 사이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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