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창호·승강기·가구…건설 후방산업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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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 후폭풍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후방 산업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시멘트부터 창호·가구·엘리베이터 등 건자재 전반의 매출이 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주택 착공은 25%나 감소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가 없으니 후방산업의 일감도 급감한 것이다.
11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줄었다.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4000만t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멘트 출하량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34년간 한 번도 4000만t을 하회한 적이 없었다. 골조 공사에 사용하는 철근 생산량은 2021년 1041만4000t(한국철강협회 자료)에서 지난해 779만7000t으로 25% 줄었다. 재고는 같은 기간 35만8000t에서 54만2000t으로 51% 증가했다.
창호업계 양대산맥인 KCC와 LX하우시스도 고전하고 있다. KCC는 석고보드·PVC창호 등 건자재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535억원을 정점으로 3분기째 내리막길이다. 1분기에는 건자재 영업이익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4%, 전분기대비 35.6% 급감했다. LX하우시스는 1분기 매출 7814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 78.2% 감소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진 영향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감 공사 단계에 투입되는 건자재의 경우 건설 경기 호황이던 2~3년 전 주문 받은 물량은 이제 다 소진됐다”고 전했다.
가구 회사도 새 아파트 빌트인 납품 등이 끊기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현대리바트의 1분기 잠정 매출액은 43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3% 하락했다. 빌트인 가구 매출이 지난해보다 23.2%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한샘의 1분기 B2B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2%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 김기룡 연구위원은 “B2B 부문 실적은 신규 분양 위축에 따라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B2C 매출도 주택매매거래 및 소비경기 회복 지연 여파로 감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승강기 설치 수요도 감소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신규설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 감소한 1조920억원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사 고위급 관계자는 “건자재의 경우 수요가 줄어도 생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생산을 못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후방 산업의 어려움이 원가율을 낮추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방 산업의 반등은 내년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건설 투자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1.3%)보다 1.5%포인트 낮춘 -2.8%로 수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7%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당장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시공사 수주 실적은 내후년 이후, 건자재 실적은 그보다 1~2년 뒤에야 개선된다”며 “후방 산업 부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건자재업계는 건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신사업을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KCC는 AI(인공지능)와 자율이동로봇(AMR)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도장 로봇 ‘스마트캔버스’를 통해 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자율주행 로봇주차 사업을 본격화했고, 한일시멘트도 주로 유지보수나 리모델링에 쓰이는 드라이 몰탈 브랜드 ‘레미탈’을 내세워 건설업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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