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황은 겸손한 밥…부드럽지만 필요할 땐 단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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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그 신부가 10일 빌라노바대학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강태화 특파원

“교황은 나와 내 동기들의 서원식(수사가 되는 예식)을 위해 로마에서 이곳까지 와주었고, 함께 맥주와 피자를 먹으러 갔습니다. 제게는 교황이기에 앞서 ‘겸손한 밥(로버트)’으로 남아 있습니다.”

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빌라노바대학 성당에서 만난 조셉 나로그 신부는 교황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와의 추억을 소개했다. 나로그 신부가 사목을 맡고 있는 세인트 토마스 교구의 빌라노바대학은 교황 레오 14세의 모교다. 미국에서 두 곳뿐인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계열 대학 중 한 곳으로, 교황은 이곳 수도회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해 수도회 총장을 지냈다. 가톨릭 역사상 미국인은 물론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교황이 탄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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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그 신부는 “여기 모인 수도자들은 스스로 ‘성 어거스틴의 아들’이라고 밝힌 교황의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 선출 직후 국무부 전화를 받았다”며 “교황 취임식에 보낼 미국 대표단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내게 의견을 구했다”고 했다.

성당에서 만난 신도 조지 웹스터도 “여기 모인 사람 중 상당수가 교황과 인연이 있을 정도로 교황은 미국에 올 때마다 빌라노바를 찾았다”고 했다. 신도들은 제각각 교황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레오 14세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 선출 후 처음으로 모든 추기경을 한자리에 모아 “나는 단지 겸손한 종”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여정을 계속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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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교황 레오 14세의 모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빌라노바대학의 성당에서 진행된 미사에서 신도들이 교황과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빌라노바=강태화 특파원

이날 미사에 참석한 마이클 휴고스 신부는 “성령께서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뜻을 이어 전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해 그를 교황으로 이끄셨다”고 했다. 특히 “이미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교황은 한국과 한국인들을 위해서도 언제나 기도할 것”이라며 “평생 평화를 위해 기도해 온 교황은 이제 스스로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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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이 확정된 지난 8일 빌라노바 대학 성당에선 하루 종일 축하의 종이 울려퍼졌다. 기자가 찾은 이날 교정은 교황 선출의 흥분보다는 레오 14세 선출 이후 맞는 첫 주말을 준비하느라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졸업식 복장으로 기념  사진을 찍던 케이티 누난은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8일 울려퍼진 종소리에 함께 기뻐했다”며 “교황은 가난한 사람과 약자들을 위해 언제나 기도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황이 강경한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과거 그가 추기경 시절 이용한 X(옛 트위터) 계정엔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한 흔적이 확인된다.

이날 나로그 신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교황은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매우 신중한 사람”이라면서도 “필요한 때는 분명하게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예수님이 우리 중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고 믿고 있다”며 “복잡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교황으로 선택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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