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8위→10위→9위→9위→1위…한화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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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선두 자리로 날아올랐다. 8연승 후 2패 그리고 다시 12연승. 무서운 속도로 승 수를 쌓아올리면서 환골탈태하고 있다.

한화 12연승 달성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0으로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5.11 xxxxxxxx7xxxxxxxxxx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화는 올 시즌 첫 40경기에서 27승 13패를 기록했다. 지난 4시즌 동안 같은 기간 성적은 8위→10위→9위→9위였는데, 올해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 최근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14경기를 연속 매진시키면서 역대 KBO리그 단일팀 최다 연속 경기 매진 기록에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화 더그아웃은 늘 차분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전히 경기 중 부상 선수가 나올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라며 "다행히 감독님께서 연승 기간에도 선수들이 너무 들뜨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잡아주신다. 감독님 공이 가장 크다"고 공을 돌렸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한화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0으로 승리한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5.11/뉴스1
◇김경문 리더십
올해는 한화가 오래 품어온 '원기옥'을 터트리는 시즌이다. 한화는 오랜 기간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매년 리그 최정상급 유망주 투수들을 '수집'했다. 2021년 8월 1차 지명한 광주 진흥고 투수 문동주가 대표적이다. 광주는 KIA 타이거즈의 연고 지역이지만, 한화는 전년도 최하위 팀 자격으로 '전국구 1차 지명권'을 얻었다. KIA가 그해 '야수 최대어' 김도영을 데려가자 한화는 망설임 없이 문동주를 대전으로 불러들였다.
전면 드래프트가 부활한 이듬해에는 또 다시 최하위의 '특권'을 활용해 서울고 투수 김서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후에도 장충고 왼손 투수 황준서(전체 1순위), 전주고 투수 정우주(전체 2순위)를 잇달아 데려왔다. 이들 중 4년 차 선발 문동주, 3년 차 마무리 김서현, 1년 차 불펜 정우주가 모두 올해의 연승 행진에 힘을 보탠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5월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67) 감독은 젊은 선수가 많은 한화 선수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베테랑 사령탑의 노하우를 원없이 펼치고 있다. 현역 최고령인 김 감독은 최연소인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44)과 무려 23세 차가 난다. 김 감독의 상징과도 같은 강한 카리스마는 잃지 않되, 달라진 현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성을 더해 한화의 방향성을 잡고 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더그아웃에서 선수를 오래 지켜보고, 한 번 주전으로 선택한 선수에게는 꾸준히 기회를 준다. 시즌 초반 한화가 팀 타율 1할대 부진에 허덕이며 하위권을 맴돌 때에도 노시환, 채은성, 김태연 등 주축 타자들을 향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반등에 성공해 공격의 핵심 축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는 곧바로 바로잡고, 결단이 필요한 시점엔 주저하지 않는 '뚝심'도 여전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주요 전력이 아니었던 문현빈을 올해 중심타자로 중용하면서 "작년엔 내가 시즌 도중에 팀에 와서 시야가 좁았다. 마무리 캠프에서 문현빈을 보고 가능성을 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또 마무리 투수였던 주현상이 개막 직후 흔들리자 3경기 만에 교체를 결심했다. 입단 후 2년간 좌충우돌하던 강속구 투수 김서현에게 "네 구위를 믿는다"며 새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김서현은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는데도 벌써 12세이브를 올려 이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김서현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에 감독님과 양상문 투수코치님이 오셔서 내게 많은 기회를 주셨다"며 "그만큼 더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털어놨다.

20일 대전 NC전에서 7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7연승을 이어간 한화 코디 폰세. 사진 한화 이글스
◇외국인 선수 파워
한화는 오랜 기간 외국인 투수 복이 없었다. 지난 5년간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닉 킹험·라이언 카펜터·워윅 서폴드·채드 벨 등이 한화를 거쳐갔지만, 리그를 압도할 만한 성적을 낸 투수는 없었다. 2023년엔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버치 스미스가 단 한 경기만 던지고 부상으로 한국을 떠나는 불운까지 겪었다.
올해는 다르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10개 구단 최고의 원투펀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폰세는 9경기에서 59이닝을 던져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68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75개)은 전체 1위, 다승·평균자책점·투구이닝은 2위다. 명 투수 출신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폰세 같은 투수가 왜 벌써 한국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고, 김 감독도 "1선발로 나무랄 데가 없다"고 연일 흐뭇해한다. 와이스도 9경기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면서 제 몫을 했다. 둘은 나란히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7번씩 해내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폰세의 통역으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고 있는 김지환 씨는 "외국인 선수지만, 팀 젊은 투수들에게는 리더 역할도 해내고 있다"며 "더그아웃에서는 활발해 보이는데, 전력분석 미팅이나 경기 때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진지하다. 놀 땐 놀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전=뉴스1) 김기남 기자 =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 경기에서 한화 문동주가 6회초 무사 1,2루에서 무실점 호투하며 더그아웃에서 류현진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25.5.7/뉴스1
◇최강 선발진
폰세와 와이스를 필두로 한 한화 선발진은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3.08), 승리(22승), 탈삼진(240개), 피안타율(0.222)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완벽한 외국인 원투펀치가 앞에서 끌고, 류현진을 앞세운 국내 선발 삼총사가 뒤를 받친다. 특히 역대 그 어떤 외국인 투수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류현진은 한화 선발진의 정신적인 지주다.
김 씨는 "폰세와 와이스에게 류현진 선수는 그저 '우상'이다. 뭐든 류현진 선수가 하자는 대로 하고, 루틴도 다 따라한다"며 "심지어 야구장에 나왔을 때 어떤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지 헷갈리면, 둘 다 류현진 선수만 쳐다보다 따라서 입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선발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이 붙으면서 확실히 시너지가 난다"며 "다들 '연승을 내가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부담감'을 선발 투수 전체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한화는 7대5로 승리, 26년만에 10연승을 기록했다. 2025.5.9/뉴스1
◇투수 뒤의 조력자들
한화 마운드의 힘은 올해 팀이 승승장구하는 1순위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양 코치는 "투수만 잘한다고 팀이 잘 나가는 건 아니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양 코치가 꼽은 숨은 공신은 포수 최재훈·이재원과 유격수 심우준이다.
실제로 한화 신인 정우주가 흔들릴 때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로 올라가 "너 새가슴이야? 맞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 그냥 한 가운데로 던져"라고 기운을 북돋은 장면은 야구팬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와이스는 지난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 피칭을 한 뒤 "포수 이재원의 사인에 고개를 흔든 게 1~2개밖에 없었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최재훈은 오히려 "전력분석팀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다. 상세한 피드백을 정말 많이 줘서 투수들과 야수들 모두 경기 때 힘을 낼 수 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또 "젊은 투수들에게는 늘 '볼넷을 주지 말고 차라리 홈런을 맞으라'고 한다. 자신감 없이 피해가는 것보단 그게 그 선수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심우준은 수비와 주루에서 일당백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양 코치는 "결정적일 때 심우준이 있으면 (웬만한 땅볼 타구는) 다 더블플레이로 이어진다"며 "위기를 맞을 상황에서 흐름을 끊어주니, 투수들 호흡도 돌아오고 여유가 생긴다. 수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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