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2035년 전력소비 최대 4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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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5년에 현재의 최대 4배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와 AI(Energy and AI)’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415TWh(테라와트시)인데, AI 확산 등 ‘급부상 (Lift-Off)’ 시나리오대로 시장이 성장할 경우 2035년에는 전력 소비량이 최대 170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4.4%(현재 1.5%)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추세가 유지되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최대 1350TWh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효율 개선 등이 이뤄지면 700TWh 수준으로 될 것으로 IEA는 보고 있다.

전력 문제가 대두하는 것은 AI 도입에 따른 고성능 연산 수요 때문이다.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가속서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 장비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장비는 2015~2024년 사이 전체 서버보다 4배 빠르게 성장했다. 2030년까지도 연간 30%의 속도로 전력 소비를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디지털 수요가 기술 발전을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디지털 수요 증가와 거의 동행했다. 하지만 2005~2015년 사이 효율적인 대형센터로의 전환, 유휴전력 절감 기술 도입 등으로 전력 소비 증가세는 일시 둔화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미디어, AI 등 고성능 연산 수요가 폭등한 2015년 이후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중국·유럽 3개 지역 데이터센터에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180TWh)·중국(100TWh)·유럽(70TWh)의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의 전력의 85%를 소비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까지 미국과 중국이 세계 전력 증가분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발전원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용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가, 나머지는 천연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가 충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은 2030년까지 주로 화석연료 기반으로 전력 수요를 메울 전망이나, 이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저탄소 전원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100GW)의 4배인 400GW로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는 급증하는 AI 관련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새랑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수요 예측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향후 전력 수급 계획 수립 시 단일 전망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 등의 무탄소 전원을 활용한 발전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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