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실서 맞아 ‘전치 4주’ 진단받았는데…학폭 피해자, 가해자로 몬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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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려 징계를 받은 10대 피해자가 억울하다며 교육 당국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내서 승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A군(16)이 인천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가해 학생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군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23년 3월17일 등굣길에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중 같은 학교 학생인 B군으로부터 부모와 관련한 폭언을 들었다. 이어 교실에서 B군에게 폭행당했다. 당시 B군은 A군을 바닥에 넘어뜨린 뒤 올라타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했고 A군은 전치 4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학교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A군을 상대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일시보호와 심리상담 등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개월 뒤인 5월15일 B군은 도리어 학교에 “A군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B군은 “3월17일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A군이 부모 욕을 했고 휴대전화로 제 목젖을 때렸다”며 “이후 ‘때리려면 때려, 돈이나 받게’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B군의 주장에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위원회를 거쳐 A군과 B군 모두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판단하고 A군에게는 학교 봉사 4시간, 피해자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학생·보호자 각 2시간 조치를 한다고 통보했다. B군에게는 사회봉사 2시간과 특별교육 학생·보호자 각 2시간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A군은 이런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봉사 시간을 일부 조정했을 뿐 A군을 여전히 학교폭력 가해자로 분류했다.

이에 A군은 “휴대전화로 B군을 가격한 것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방어 내지 정당방위였다”며 “학폭위원회 심의 당시 B군과 목격자들의 거짓 진술이 반복됐는데도 서부교육지원청은 잘못된 처분을 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교육 당국의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이 휴대전화로 B군을 가격한 것은 가해자의 폭력에 소극적으로 저항한 행위로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B군은 덩치나 힘이 A군보다 우월하고 주변 학생 진술에 따르면 당시 B군은 A군을 잡아들어 올렸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교육지원청 학폭위원회의 의결은 기본 판단 요소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이를 기초로 한 처분은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폭위원회는 피고인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A군이 주된 피해자인데도 ‘쌍방 폭행’이라는 판단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반성 정도를 ‘보통’으로 평가하고 지속성·고의성 등 점수도 적절하지 않게 배정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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