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인 삶 뒤흔든 ‘트럼프 관세' 역설…주택 구입, 결혼ㆍ출산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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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이 내 집 마련, 결혼ㆍ출산과 같은 주요 인생 계획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가디언이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에 의뢰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4월 24~26일 미국 성인 2102명에게 "현 경제 상황이 주요 인생 계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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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경. 챗GPT 이미지 생성

조사 결과 주택 구매를 원한 사람 중에 75%는 “계획이 틀어졌다”고 답했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임차인의 68%가 내 집 마련의 목표가 있는데, 집을 사기 힘들다고 봤다. 코로나19 기간 크게 오른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고, 관세 영향으로 상승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부담이 되어서다. 지난 3월 기준 30년 만기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7%로 4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미국의 주담대 금리는 일반적으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와 연동되는데, 트럼프의 관세 전쟁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올랐다. (채권값은 하락)

트럼프 행정부는 5000달러의 ‘출산 보너스’를 띄우며 아기 낳기를 독려하고 있는데, 관세가 걸림돌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 아기를 가질 계획이었던 이들 중 65%는 현 경제 상황이 출산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거나(32%), 아이를 갖는 것이 불안하다(33%)는 것이다. 10명 중 6명(60%)은 결혼 계획도 재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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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체감 물가가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인의 65%는 올해 초와 비교해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했고, 절반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식료품(78%)이나 청구서ㆍ필수품(60%)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과 육아 비용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모차·카시트 등 유아용품 중 70% 이상이 중국산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한 뒤 부모들의 원성이 높았다. 드레스·술·장식 등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커지며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가계에 재정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줄 요인으로 미국인 10명 중 3명(29%)은 관세를, 10명 중 2명(20%)은 정부 정책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가디언의 분석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고 ‘90일 관세 유예’가 끝나는 올 여름이 물가 상승의 고비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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