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동반자들의 목격담으로 재구성한 최정의 ‘500홈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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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1일 문학 현대전에서 데뷔 1호 홈런을 때려냈을 때의 SK 최정. 당시에는 지금의 14번이 아닌 47번을 달았다. 사진 SSG 랜더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투타 핵심 선수인 최정(38)과 김광현(37)은 데뷔 초기 특별한 내기를 했다. 자신의 홈런과 승리 숫자를 내건 자존심 싸움. 2008년에는 김광현이 16승을 거둬 12홈런을 기록한 최정을 이겼고, 이듬해에는 최정이 19홈런을 때려내 12승의 김광현을 제쳤다.

이후 최정이 매년 20개 안팎의 홈런을 터뜨리는 거포로 자리매김해 더는 성사되지 않았던 이 내기의 목적은 사실 승패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두 유망주가 어떻게든 빨리 성장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13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최정이 통산 500번째 홈런을 달성하면서 프로야구에도 마침내 500홈런 시대가 열렸다. KBO리그의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맞아 오랫동안 ‘소년 장사’ 최정을 지켜본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500홈런 여정을 재구성해봤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박재홍(52) 해설위원은 최정의 데뷔 초창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최정이 유신고를 막 졸업하고 데뷔한 2005년, 박 위원 역시 KIA 타이거즈에서 SK 와이번스로 이적하면서 처음 인연이 닿았다. 박 위원은 “(최)정이는 정말 야구밖에는 다른 관심사가 없는, 오로지 야구만 알던 친구였다. 얼마나 순수했는지 훈련 시간 외에도 야구 생각만 하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와 타자를 병행해서 프로에서도 진로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 내가 봤을 때는 타자쪽 재능이 조금 더 뛰어났는데 마침 구단과 잘 상의해 타자를 선택하면서 최정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의 기억대로 최정은 유신고 시절 투타를 겸업한 유망주였다. 체구가 크지는 않지만 타고난 힘이 좋아 많은 스카우트들이 탐냈고, 200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1차지명을 받은 뒤 타자의 길을 택했다.

홈런왕 최정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KBO리그 대표 3루수로 거듭나기 까지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수비였다. 박 위원은 “어렸을 적의 정이는 수비가 약점이었다. 특히 공을 던질 때 입스(송구 과정에서 불안감이 큰 증상)가 자주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이 입스를 훈련으로 극복하더라. 수비가 안정되니 타격에서도 자신감이 붙었고, 그 전환점이 결국 500홈런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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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홈런 공 습득한 팬과 기념 촬영하는 최정(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SSG 최정이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종료 후 500홈런 홈런공을 습득한 관중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5.13 xxxxxxxx02xxxxxxxxxx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07년 SK에서 데뷔한 김광현은 최정의 오랜 동반자다. 둘은 김성근(83) 감독 밑에서 SK 왕조를 일궜고, 지금까지 SSG의 투타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광현은 “어제 홈런을 보면서 신인 시절이 떠올랐다. 서로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에서 내기를 시작했는데 형이 홈런을 너무 많이 치면서 더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형의 도루 숫자를 걸고 내기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아홉수 없이 빨리 500홈런을 달성해 내가 더 기뻤다. 다만 500홈런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2028년 청라돔이 새로 생길 때까지 계속 뛰어야 한다. 나도 새 홈구장이 열릴 때까지 형과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SSG 김재현(50) 단장에게도 최정의 500홈런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LG 트윈스에서 이적한 2005년부터 SK에서 최정과 동고동락했다.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으로, 또 지난해부터는 단장으로 최정의 활약을 지켜봤다.

김 단장은 “그냥 하는 말이라 최정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특히 세계신기록급인 349개의 사구(死球)를 맞고도 공을 피하지 않고 500개의 홈런을 터뜨린 점은 경이롭다”면서 “벌써 600홈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4~5년만 건강히 뛴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역시 최정의 동반자였던 SSG 박정권(44) 2군 감독도 “최정은 어렸을 때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겸손하게 야구를 배웠던 선수였다. 남의 이야기도 잘 귀담아듣고, 어떻게든 하나라도 익히려고 했다”면서 “그렇게 많은 사구를 기록하고도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대단하다. 남은 계약기간 4년 동안 충분히 600홈런까지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극찬했다.

이처럼 많은 동반자들의 축하를 받고 기쁨을 누린 최정은 다음날인 14일에도 어김없이 그라운드로 나와 예정된 훈련을 소화했다. 600홈런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최정은 “인천 홈팬들 앞에서 500홈런을 달성해 더욱 뿌듯했다. 오른쪽 다리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뛰지 못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기록을 세워 만족스럽다”면서 “600홈런 욕심은 없지만 달성하고 싶은 기록은 맞다.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앞으로도 잘 관리해서 도전해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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