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2.4조 ‘냉난방 M&A’… 그 뒤엔 AI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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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기업 인수 노림수
삼성전자가 데이터센터 냉각에 강점이 있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해 북미 3위권 냉난방 공조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유럽 공조 시장에도 본격 상륙하는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은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최대 규모다.
14일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독일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인수를 추진해왔으며 해외 경쟁업체를 제치고 딜을 성사시켰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독일 서부 헤르네에 본사를 둔 플랙트는 1918년 설립된 100년 역사의 글로벌 공조 기업이다. 공장 클린룸, 데이터센터, 병원, 해양플랜트 등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시설에 맞춤 공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60개 이상의 대형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연 7억 유로(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
삼성전자는 “생성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를 전격 인수했다”며 “삼성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의 확대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할 만큼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관련 공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전망된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기존 강점인 가정 및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 공조’에 더해 공항, 쇼핑몰, 공장, 데이터센터 등 대형 시설 대상의 ‘중앙 공조’까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 바 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새로운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인수합병(M&A)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가 9년 전 80억 달러(당시 9조38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굵직한 M&A는 멈춰 있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옥스퍼드 시멘틱테크놀로지, 소니오 등 로봇·AI·의료기기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며 M&A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고(故)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직후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하만이 이제는 삼성의 가전사업만큼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성장했고, 회사도 M&A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장·공조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 M&A에 집중하는 추세다. 소비자판매(B2C) 중심의 완제품 사업의 성장성이 최근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B2B 분야에서 새 동력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성장 분야, 미래 기술 분야 등 회사가 혁신할 수 있는 영역 위주로 M&A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대비 0.88% 상승해 5만74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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