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디지털로 열린 새로운 세상…시니어의 삶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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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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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교육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에 참여한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 카카오임팩트]

“우리도 친구끼리 제주 가자!”

70대 중반의 여성 3명이 무작정 떠난 제주 여행. 이들 중 한 명은 폐암으로 투병 중이고, 또 한 명은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항공권 예매부터 제주 시내 교통편, 숙소 예약, 맛집 위치 파악과 위급 상황에 찾아갈 병원 정보까지 챙겨야 할 게 많았다.

이번 여행을 주도한 양훈심씨는 스마트폰 하나로 이 모든 걸 해결했다. 비행기표와 숙소는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진행했고, 오토 체크인과 좌석 선택도 마쳤다. 숙소도 몇 번의 터치로 결제까지 했다. 응급실이 있는 24시간 운영 병원을 검색해 스마트폰 홈 화면에 추가해 놓기도 했다. 택시호출 앱은 3박4일간 이들의 발이 됐다. 양씨는 “하루 세 번씩 제주 곳곳의 명소를 찾아갈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렀고 결제도 간편결제로 손쉽게 해결했다”며 “스마트폰이 효자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여행도 걱정없다

시니어들의 디지털 활용은 일상을 바꾼다. 변화의 배경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임팩트가 시니어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이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등 기술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교육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카카오톡·카카오맵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사용법을 익히는 ‘생활교육’과 카카오페이 활용법, 금융사기 대처법 등을 배우는 ‘금융교육’(사각사각 페이스쿨)이다.

수강생들은 교육 이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한국노년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활용 정도가 높을수록 ‘자기효능감’ 점수 역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스마트폰 활용 빈도가 높은 그룹은 자기효능감 평균 점수가 4.01점(5점 만점)으로, 활용 빈도가 낮은 그룹(3.12점)보다 약 28% 높았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의 활용이 정보 접근력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통제감과 대처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족과의 연락, 정보 검색, 금융 서비스 이용 등을 자주 수행하는 시니어일수록 자기효능감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교육 수료자인 양훈심씨는 “제주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 생애 마지막 여행일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이제 시작이고 다음 계절에 또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고경애(70)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디지털 교육을 여러 번 받아봤지만, 제대로 된 교재도 없이 하다 보니 늘 제자리걸음이었다”며 “카카오 수업은 큰 글씨 교재와 함께 대면 수업도 진행해서 활용하는 기능이 엄청 늘었다”고 했다.

고씨는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 간편결제 앱으로 경기도에 사는 딸에게 선물을 보내고, 대만에 있는 딸과 영상통화도 한다. 병원에서 신분증을 챙기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정부24’ 앱에 접속해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주고 진료를 보기도 했다. 고씨는 “하루하루 급변하는 시대에 계속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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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대상의 수기 공모전에 서울송파복지센터의 양훈심씨가 보내온 편지 [사진 카카오임팩트]

세대를 잇는 ‘디지털 포용’의 가치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윤현황(67)씨는 손주 용돈을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예전이면 봉투를 준비해 손에 쥐여 줬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는 가족에게도 이따금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다. “처음에는 ‘이렇게 용돈을 보내도 정이 있을까’ 싶었지만, 바로 영상통화가 연결되고 서로 웃는 얼굴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져요. 이렇게 원격으로 선물을 전해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는구나 싶어요. 변화를 두려워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변화가 얼마나 얼마나 따뜻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70대 중반의 최종자씨는 가족을 위해 스마트폰을 배웠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 부부가 유일하게 즐기는 영화 감상을 위해 극장표를 간편하게 예매하고, 서울에 사는 큰딸 가족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면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무리 하루 생활권이라 해도 집에 자주 못 오는 딸네 생일 때면 케이크나 피자, 통닭을 보내곤 합니다. 축하 글과 함께 선물을 보내면 사위가 ‘신식 장모님’이라고 하는데 참 기분이 좋습니다. 작은딸네 손녀가 오면 햄버거 매장 가서 키오스크로 능숙하게 주문하는 ‘신식 외할매’의 모습도 보여주려고 합니다.”

카카오는 ‘디지털 포용’ 확대를 위해 올해 시니어 디지털 교육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디지털 포용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모든 세대가 디지털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카카오임팩트는 참여 기관을 전국 150곳으로 확대하고, 맞춤 교재 10만부를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 신청은 오는 21일까지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권으로 출강 가능한 강사진을 120명 이상 육성하고 전국 각지에서 디지털 현장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장지수 카카오임팩트 매니저는 “교육 전에는 질문도 조심스러워하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능동적으로 기기를 다룬다”며 “디지털 기술은 세대 간 단절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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