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네바 합의 후 다시 만난 미·중...한국은 미국과 3일 연속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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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미국과 중국이 관세 문제에 대한 ‘제네바 합의’ 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1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따로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10~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측이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고,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지 나흘 만이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관세와 관련한 진전된 합의보다는 지난번 논의의 연장 선상에서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중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는 점에서 ‘갈등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는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21개국 통상장관과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던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부부장이 동시에 참석하면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한국도 이를 계기로 미국과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그리어 대표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저녁 그리어 대표를 만나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튿날 오후 미국과 양자회담을 진행한다. 3일 연속 미국과 논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가 한국에 있을 때 최대한 협의를 순서 있게, 질서 있게 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정리한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 협력에 대한 세부 협상안을 구체화하고, 이후 실무진에서 벌인 논의를 중간 점검한다. 25%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 등 품목관세 면제, 조선업 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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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해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과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또한 한국 통상당국은 이번 회의 기간(14~16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15개국과 연쇄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정인교 본부장은 중국 리청강 부부장을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강화 등 현안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은 다자체제가 중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나름대로 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한국은 중국과 미국 모두 소중한 경제 파트너로, 미·중의 문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면서 “미국의 대중 제재 행보 등 경제 안보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상당국은 이날 베트남·필리핀, 말레이시아·뉴질랜드와 양자면담과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WTO 사무총장 면담도 진행했다. 16일에는 일본과 만난다. 일본은 타쿠마 미야지 외무성 부대신과 마사키 오구시 경산성 부대신이 대표로 참석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일본과 대미 협상에 대한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국은 2005년에 이어 20년 만에 APEC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했다. 의장을 맡은 정인교 본부장은 “통상장관회의가 세계가 당면한 정치적·경제적 갈등과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되는 소통과 협력의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37%, GDP(국내총생산)의 약 61%, 상품 교역량의 약 4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다.

APEC은 이날 발표한 지역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역내 수출 증가율을 전년(5.7%) 대비 감소한 0.4%로 전망했다. APEC은 성명에서 “제조업 및 소비재 수요 감소에 따른 외부 수요 위축과 무역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 확대가 서비스 무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APEC 정책 이사인 카를로스 구리야마는 “지역 수출 전망이 낮아진 것은 미국 관세의 영향 때문”이라며 “관세의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16일 공동성명 발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회의는 다자무역 촉진을 의제로 하는데, 최근 미국의 행보는 관세 장벽을 높이고, 다자무역체제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경제·외교·통상 관련 국제회의에선 중국의 주도로 회의 참여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상당국 고위관계자는 “공동성명의 내용이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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