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식은 온라인, 경험은 오프라인 수업에서 쌓도록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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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새 정부는 강도 높은 대학 교육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가 첨단분야 인재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의 대학 교육은 소모적인 스펙 쌓기 경쟁에 갇혀 있습니다. 대학이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미래 경로 설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고등교육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거점국립대인 부산대 최재원 총장은 새로 출범할 정부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강도 높은 대학 교육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집무실에서 만난 최 총장은 “대학 교육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며 3가지 고등교육 혁신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다음은 최 총장과의 일문일답.

첨단기술 시대에 융복합 역량을 가진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 왜 교육혁신이 필요한 시점인가.
“AI와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고유의 역량인 감성, 인성,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업 역량 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초 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를 고려할 때 국민 개개인을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우수 인재로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대학이 단지 학위 수여 기관을 넘어, 역할과 소명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역량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3가지 정책을 제시해보고 싶다. 첫째 대학 학부 단계에서부터 교육체계와 방식을 바꿔야 한다. 둘째 기초연구중심, 교육중심, 실무특화 등 대학별 전략적인 포지셔닝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권역 내 최적의 역할 분담을 위한 연합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 대학 교육과 연계해 문제 해결력과 창의성을 키우고, 지역사회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학 교육체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학의 학부교육은 AI·XR(확장현실) 기반의 온라인·하이브리드 학습모델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지식 중심의 내용 전달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협업과 의사소통 역량은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하고 현장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즉 온라인 수업은 지식과 정보의 전달, 대학 현장의 수업은 지식의 심화와 활용에 중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이 기업의 첨단기술 개발을 이끌어갈 이공계 고급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XR 기반의 사이버 실험·실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타 대학과의 공유형 실험·실습체계로 운영하는 등 대학 간 변화된 역할과 협력이 요구된다. 또 지역별로 거점 공용 실험·실습 시설을 구축하면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장비 개량 및 기자재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
대학별 역할 분담과 권역별 연합체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국가거점 국립대학은 권역별 특화산업 발전 및 지역사회 난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기초연구중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권역 내 지역대학 간 역할 분담강화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대학별 기능 분담에 따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와 연계한 대학 간 자원 공유 및 전략적 포지셔닝 강화로 개별 대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연구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공립대는 기초·보호·국가전략학문 중심의 공공성에 기초한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 사립대는 거점국립대와 연계해 대학 규모·역할·특성화에 기반을 둔 유기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재편돼야 한다.”
초·중등 교육을 대학 교육과 연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식 위주의 교육을 강조해온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도 대학과의 연계 교육 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력과 인성, 창의성, 협업, 체험 중심, 지역사회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과부하를 해소해 개인의 잠재력 발현을 위한 다양한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대학과 연결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초가 되며, 통섭적인 인재육성을 위한 필수 교육과정이다. 또한 지역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경제권 단위로 기능적 요소를 체계적으로 갖춘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의 가치를 지속해서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부산대의 역할은.
“앞서 강조한 3가지 방향이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으로 추진된다면 거점국립대인 부산대는 인성교육 강화와 함께 인재 성장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역량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책임 있게 이끌어갈 것이다. 지난 12일 부산형 라이즈 사업에 7개 과제가 최종 선정돼 5년간 총 956억원을 확보했다. 부산대가 지역산업 혁신의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산시의 5대 신산업 중 미래모빌리티, 디지털테크, 극한환경 전력반도체 등 3대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 인재를 양성하겠다.”

☞최재원 총장=부산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부산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부산대 기획처장, 교육인증원장, 공과대학장 등을 맡았다. 2024년 5월 17일 부산대 22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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