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평등은 왜 문제일까... '정의란 무엇인가' 샌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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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기울어진 평등
토마 피케티, 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와이즈베리

지은이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환기하자면,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이 만났다. 프랑스 경제학자와 미국 정치철학자, 대중적으로 널리 명성을 쌓아온 두 사람이 2024년 5월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었다.

150쪽 남짓한 가벼운 분량이라 심오한 토론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흥미로운 여러 아이디어를 비교적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대입과 선거에서 자격 갖춘 지원자들 중에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식, 인도처럼 지역구 일부는 모든 당이 특정 계층의 후보만 내게 하는 방식 등을 비롯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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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파리경제대학에서 대담을 나누는 두 지은이. 왼쪽부터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 [사진 와이즈베리]

대담은 불평등이 왜 문제인가부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소득과 부의 격차가 기본재에 접근할 권리는 물론 정치적 참여와 활동 및 권력 접근을 제한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과 함께 교육과 의료 등 기본재를 이윤 추구에서 벗어난 영역에 두는 것, 즉 탈상품화가 재분배와 더불어 어떤 역할을 하는 지와 그 확대 등을 논한다.

특히 샌델은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 더해 사회적 측면과 존엄성의 문제에 큰 비중을 둔다. 왜 헤지펀드 운용자가 교사, 간호사, 심지어 의사보다 수천 배 더 돈을 받아야 하는가. 이렇게 반문하며 샌델은 개인과 노동의 존엄성, 사회적 기여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능력주의를 매섭게 비판해온 그는 고등교육을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도록 무장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 해답이 아니며, 사다리 단 사이의 격차 확대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역시 존엄성을 확산하려면 임금과 소득의 격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경제적 영향력을 규제하는 누진 세제는 그가 거듭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들에 따르면 "모든 부는 개인적인 성취에 따른 게 아니라 집단적 산물". 책에는 각국에서 공공 인프라 등을 사용하며 세금은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과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국제적 최저 세금 제도나 최고임금제 등도 언급된다. 규제 받지 않는 '자유' 무역과 자본 흐름을 당연시 한 서구 좌파 정부들, 월스트리트의 개조 대신 복원을 택한 미국 민주당 정부도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특히 피케티는 지구적 차원의 남북 격차와 공동의 재원 조달 문제 역시 꾸준히 환기한다.

서로 맞장구만 치는 대담은 아니다. 견해가 다르거나 방점이 다른 부분들도 드러난다. 이런 부분까지 아울러 두 사람의 대담은 불평등이 손 댈 수 없는 난제라는 무기력 대신 구체적 해법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늘날의 불평등이 왜 유독 잔혹한지 지적하면서도, 평등과 불평등에 대해 '낙관주의'를 뚜렷이 내세우는 피케티의 몫이 커 보인다. 원제 Equality: What It Means and Why It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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