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식과 금기를 깨고 뒤집고...색다른 이야기 22편 담은 소설집[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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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왈츠, 탱고
이정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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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약사, 문예지 편집장에 포도 농사까지. 저자 이정주의 다채로운 이력만큼이나 종잡기 어려운 소설집이다.
22편의 짧은 이야기를 묶은 두껍지 않은 책인데, 한 편의 예외도 없이 '현실의 충실한 재현'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와 접점이 느슨한 환상 혹은 무의식의 세계라고 해야겠다.
그런 만큼 독자 입장에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싶다. 안 읽는다면 모르겠으나 읽는다면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 독서의 효용은 무엇인가.
한 번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책을 마주하고 으레 품게 마련인 서늘한 감동이나 교훈에 대한 기대는 잠시 접자. 상식이나 금기가 뒤집히고 깨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마네킹'은 화자가 겪은 기이한 정사에 관한 이야기다. 수선 맡긴 코트의 단추들이 제 자리에 단단히 붙은 것을 확인하고는 기분 좋아진 '나'는 다른 옷들도 차례로 수선을 맡긴다. 품이 넓은 하프 코트의 치수를 재던 어느 날 다짜고짜 옷 고치는 여자가 뒤에서 나를 껴안는다.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다시 찾자 여자는 옷 한 벌을 내게 선물하겠다고 하는데 맞지 않자 이번에는 내 몸을 고치고 꿰매 옷에 나를 맞춘다. 소설은 결혼 혹은 사랑에 대한 은유인가. 내용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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