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中 이견 속에도, APEC "다자주의 지지" 극적 공동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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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의장국으로 주재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공동성명서가 채택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규범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체제 지지’ 등의 의미가 담긴 공동성명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15~16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21개국 통상장관과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다자간 국제회의에선 논의 결과를 토대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동성명 채택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회의장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미·중간 간극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입장차가 극명했지만 끝나기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 이룰 수 있었다. 제주의 기적이라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합의는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회원국이 협력해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글로벌 시장에 보내는 것”이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국가들은 “글로벌 무역체계가 직면한 근본적 도전에 우려한다”면서 “WTO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응해 기능 전반의 의미 있는 개혁과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내용도 공동성명서에 담았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득세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WTO의 개혁이 필요 하는데도 뜻을 같이한 것이다. 다만 중국 등 일부 국가는 트럼프 관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비판적인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길 원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결국 제외됐다.
진통 끝에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서가 채택됐지만, 미·중 갈등의 실질적인 해소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다자주의 회복’과 같은 대의명분에 미·중이 합의할 수는 있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미·중 양국의 이견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입장차를 근본적으로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별도의 양자회담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미국의 관세 문제 논의를 위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요청이 줄 잇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미·중 대표단이 지난 10~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를 내리기로 합의한 지 나흘 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한국 통상당국도 미국과 관세 협상에 속도를 냈다. 지난 14일에는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그리어 대표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이튿날 정인교 본부장이 그리어 대표를 만났으며,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이날 오후 미국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이 다른 국가와 벌이는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필요한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관련한 애로와 한국 상황도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협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4.9원 오른(환율은 상승) 1389.6원으로 주간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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