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뱃길로 보름 가니 폭싹 삭았수다"…신안·나주 각각 홍어축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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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흑산도산 홍어의 육상 집산지 역할을 했던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홍어의 거리’. 중앙포토

남도의 대표 음식인 숙성 홍어를 테마로 한 축제가 홍어 산지인 전남 신안군에 이어 홍어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에서 열린다.

나주시는 16일 “제21회 영산포 홍어축제가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영산강 둔치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나주 지역 최장수 음식문화축제인 홍어축제는 올해부터 한우를 곁들인 홍어·한우축제로 확대 개최된다.

축제장에선 600년 전통의 숙성 홍어를 맛볼 수 있는 시식 행사와 홍어 50% 할인 판매, 홍어 경매 등이 진행된다. 홍어와 함께 맛보는 남도 막걸리 10여 종의 전시·시음 부스도 운영된다.

흑산 홍어낚시 ‘주낙’…국가중요어업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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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로 만든 회와 음식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회, 구이, 국, 어포로 좋다”고 기록돼 있다. 중앙포토

올해 홍어축제장에선 영산포 우(牛)시장이 인접한 특성을 살려 한우 상설할인판매 등을 진행한다. 영산포는 특산품인 홍어 외에도 연평균 한우 1만5000여 마리가 거래되는 전남 지역 축산업의 중심지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홍어 풍어제를 겸한 ‘제11회 흑산 홍어축제’가 신안군 흑산도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흑산 홍어 시식회와 홍어 비빔밥 만들기, 홍어 깜짝경매 등을 통해 홍어 특유의 맛을 산지에서 맛봤다.

흑산도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홍어의 전통 산지다. 흑산도 홍어는 깊은 맛과 부드러운 육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남도를 대표하는 진미로 자리잡았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홍어 썰기학교’ 81명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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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이 운영하는 흑산도 홍어썰기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전통 어로방식인 ‘주낙’을 이용해 홍어를 낚는다. 긴 줄에 미끼가 없는 낚싯바늘을 매달아 홍어가 지나는 길목에 내려 걸리게 하는 어획법이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2021년 국가 중요어업 유산 11호로 지정됐다.

신안군은 홍어 식문화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흑산 홍어의 명품화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문을 연 ‘흑산 홍어 썰기학교’에서는 현재까지 8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타 지역에서 잡힌 홍어와의 차별화를 위한 흑산 홍어 QR코드 유통 체계도 갖췄다.

흑산도 홍어 집산지…영산포 ‘홍어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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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산 홍어의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 ‘홍어의 거리’. 중앙포토

신안과 나주에서 홍어를 주제로 한 축제가 각각 열리는 것은 숙성 홍어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영산포는 목포에서 뱃길로 90㎞ 이상 떨어진 흑산도산 홍어를 유명하게 만든 곳이다. 현재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는 40여개의 전문식당이 영업하고 있다.

옛부터 영산포는 흑산도 홍어의 육지 종착지이자 집산지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구언 공사로 바닷길이 막히기 전까지 홍어의 주된 유통로로 번성했다.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에 생겨난 것이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켜 먹는 조리법이다.

‘보름 뱃길’ 항아리서 숙성된 홍어가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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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에서 2023년 10월 20일 '대한민국 문화의 날' 행사 일환으로 홍어장수 문순득의 경험담을 엮은 '표해시말' 공연 모습. 뉴시스

숙성 홍어는 고려시대 말엽 흑산도 앞섬인 영산도 주민들이 일본 해적들을 피해 영산포로 피난 오는 과정에서 발견된 게 시초다. 당시 주민들은 영산포까지 뱃길로 보름 정도 가는 시간 동안 삭혀진 홍어의 맛을 알게 됐다. 부패한 다른 생선과는 달리 항아리 속에 있던 홍어는 먹어도 뒤탈이 없고, 알싸한 풍미를 갖고 있었다.

흑산도 홍어의 역사성은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록인 『표해시말(漂海始末)』 등에 남아 있다. 『자산어보』에는 “(홍어는) 회, 구이, 국, 어포로 좋다. 국을 끓여 먹으면 뱃병에 좋고, 숙취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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