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 점지하는 은행나무…6·25전쟁, 산불도 이겨낸 무적 팽나무
-
3회 연결
본문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는 수령(樹齡) 37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1981년 10월27일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2009년 5월 준공된 888가구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있다. 나무 높이는 29m, 가슴높이 둘레는 690cm이다.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다양하다. 과거 한 남자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이 나뭇가지를 잘라 집에 와서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데 곧바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이후 주민들은 나무에 신령이 있다고 믿어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또 삼각지 근처에 사는 여인이 정월 초 이 나무 아래에서 치성을 드린 결과 자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주민들은 ‘아이 잉태를 점지하는 신목(神木)’으로 불렀다.

충북 영동군 반야사 경내에 있는 배롱나무. 산림청
산림청, '이야기가 있는 보호수' 발간
산림청은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지역민과 함께해 인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보호수를 모아 책(이야기가 있는 보호수 2)으로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보호수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역사·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지정한 노목·거목·희귀목 등이다. 이들 보호수는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생물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한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느티나무. 지팡이와 썩은 짚신에서 자란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은 이번 책자에서는 보호수 100그루를 소개했다. 전국 1만3870 그루의 보호수 중 설화·민속·역사·문화 관련 이야기를 지닌 1000여 그루를 1차 선별한 뒤 설화 중심으로 지역·수종별로 분류와 주민 인터뷰 등 현지조사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9그루, 강원권 10그루, 충청권 21그루, 전라권 20그루, 경상권 26그루, 제주권 4그루 등이다. 은행나무·소나무·느티나무·배롱나무·음나무·향나무·팽나무·회화나무 등이 많다. 보호수 지정권자는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다.
무학대사 지팡이가 자란 배롱나무
이 가운데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백화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반야사 경내에는 배롱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령이 525년에 이르는 이들 배롱나무는 충북도 지정 보호수다.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꽂아 둔 지팡이가 둘로 쪼개져 쌍배롱나무로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충북 청주시 봉명동에 있는 소나무. 조선시대 과거 급제를 기념해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산림청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충북 청주시의 대표적인 공단지역 봉명동에 노송 한그루가 우뚝 서 있다. 수령 411년인 이 소나무는 조선시대 장원급제를 기념해 심었다고 한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 개국공신이 된 강무공 남은의 5세 손인 어모 장군 남홍은 1540년 낙향해 청주 봉명동 일대에서 살았다.
세월이 흘러 12세손인 응호와 응수 두 형제가 이곳에 의령남씨 집성촌을 형성하면서 형인 응호가 공조판서에까지 오르게 됐다. 얼마 후 응호의 아들 대현이 19세(1618년)의 나이에 무관에 장원급제했다. 응호와 응수 형제는 이를 기념해 1621년에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봉명2송정동사무소 앞 송정경로당 마당에 서 있는 소나무 이름은 `봉황송(鳳凰松)'이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로로에 있는 은행나무. 사진 산림청
강원도 고성군 봉건사에 있는 팽나무(수령 360년)는 6·25전쟁 등으로 인한 몇 차례 화재에도 살아남은 나무다. 또 전남 나주시 교통 나주향교에 있는 수령 550년인 은행나무는 공자의 고향에서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담긴 책자는 산림청 공식 사이트(www. forest. go.kr)에서 전자파일 형태로 열람할 수 있다.
산림청 최영태 산림보호국장은 “기존 보호수를 잘 관리하고 보호 가치가 있는 나무를 계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