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李·金 모두 “GTX 확대”... 재원 대책 없으면 ‘희망고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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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에서 운행되는 차량. 연합뉴스

 대선일(6월 3일)이 다가오면서 주요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철도와 도로, 공항 같은 교통인프라 확충 공약도 여럿 들어있다.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공히 지역균형발전과 출·퇴근 혁명, 교통 사각지대 해소 등을 내세우며 GTX 확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선 차이가 있지만 누가 당선되든 GTX 사업이 더 늘어날 상황인 건 맞는 듯싶다.

 이 후보의 공약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후보는 ‘수도권 1시간 경제권’을 기치로 A·B·C 노선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D·E·F 노선 단계적 추진 ▶수도권 외곽 및 강원 연장 적극 지원 ▶GTX 플러스(G·H) 노선 검토도 약속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발표한 G 노선은 포천~인천(84.7㎞)을, H 노선은 파주~위례신도시(60.4㎞)를 연결하게 된다. 이 후보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GTX급 광역교통망 추진도 언급했다.

 김 후보는 GTX를 수도권을 넘어 다른 4개 광역권(부울경, 대전세종충청, 대구경북, 광주전남)까지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임기 내 A·B·C 노선 개통 및 D·E·F 노선 착공 ▶동탄~청주공항 GTX 건설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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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두 후보의 약속대로 된다면 광역권별로 주거와 일자리, 의료, 인구 등이 분산돼 있더라도 30분 또는 1시간대의 생활권으로 묶이게 돼 생활의 불편이 대폭 줄거란 평가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도 다소 덜어질 수 있다.

 실제로 표정속도 100㎞(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의 빠른 속도를 앞세운 GTX의 위력은 지난해 분리 개통한 A노선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은 예상 수요의 80%를 넘어섰다.

 GTX를 이용하면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2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반면 경의중앙선을 타면 46분, 광역버스 이용 때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GTX 덕에 최소 24분에서 최대 40분가량 시간이 절약되는 셈이다.

 수서~동탄 구간도 수요가 예상치의 70% 중반까지 올라섰다고 한다. 비교적 개통 초기에 이 정도까지 수요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 그만큼 기존 도시철도나 광역버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가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인 국토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GTX 확대 관련 내용이 반영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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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운정중앙역에서 열린 GTX-A 노선 개통식.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아무리 화려한 계획이라도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면 지역주민들로서는 그야말로 ‘희망고문’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GTX 공약이 모두 추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수요가 부족해 경제성이 나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박민규 한라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 교수는 “수조원에 달하는 건설비에 비해 실제 수요가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교통 인프라는 일단 건설되면 수십년간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GTX를 다른 광역권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지방은 대부분 수요가 안 나오는 탓에 필연적으로 정차역을 늘릴 수밖에 없어 GTX급 속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그러면 속도가 더 줄어들어 수요도 그만큼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봉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철도건설정책학과 교수도 “수도권과 부울경 등 일부 광역권을 제외하면 경제성이 낮아서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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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와 경제성도 숙제이지만 무엇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업비를 제대로 조달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사업 추진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약대로라면 수도권에만 최대 5개의 GTX 사업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며 “결국 수십조원에 달할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와 도로 사업은 관련 절차상 민자 유치가 우선 추진되고, 정 어려울 경우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금리와 자재비 인상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불황 탓에 민자사업 시장이 침체에 빠진 지 오래다.

 실제로 민자로 추진되는 GTX 사업 중 A노선만 개통했을 뿐 B노선(인천대입구~마석)과 C노선(수원~덕정)은 지난해 초 착공식을 가진 뒤 사업비 조달 문제 탓에 여태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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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개통 이후 수요가 예상치의 70~80%대까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B노선이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거란 소식이고, C노선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추진을 위해선 공약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호 한국교통대 철도인프라공학과 교수는 “A노선의 완전개통은 영동대로 복합개발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고, B·C노선도 차기 대통령의 임기 내 완공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D·E·F 및 G·H 노선은 전체적으로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도 “A노선의 평택 연장만 해도 공사비와 운영비 손실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상황에서 공약에 언급된 저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두 후보의 GTX 공약은 재원 마련 방안 등 채워야 할 공간이 적지 않다. 당장의 표 계산만으로 장밋빛 약속을 내세우는 건 지양해야 한다.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학부 명예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은 그야말로 상당 기간 ‘희망고문’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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