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역·어묵·두부는 잘게 자른 식재료만 사용”…대전 중학교 점심 급식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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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처우 개선 문제로 중단 사태를 빚었던 대전 글꽃중학교 점심 급식이 재개됐다. 대전 둔산여고 석식(夕食) 문제는 학부모 의견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 소속인 급식 조리원들은 1인당 급식 인원을 80명 이하로 낮춰 줄 것과 노동 강도를 높이는 행위 금지 등을 요구해왔다.
대전 글꽃중학교, 한 달 넘게 도시락 급식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 소속 급식 조리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일부 학교에서 급식을 중단했다. 급식이 중단된 글꽃중 학생들이 17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2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글꽃중학교는 지난 19일 점심 급식을 재개했다. 이 학교 조리원들은 고기 등 덩어리 식재료 손질 거부 등을 이유로 지난달 14일부터 집단 병가를 내는 식으로 쟁의행위를 해왔다. 이 바람에 학교측은 한 달 넘게 도시락 등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교육 당국과 조리원들은 미역·어묵·두부 등 식재료는 잘게 자른 것만 사용하고, 포도는 한 학기에 두 차례만 제공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미역 등은 손질하거나 자르기 힘들고, 포도는 씻기가 번거롭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교육 당국과 조리원들은 오렌지는 종전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글꽃중 조리원들은 계란깨기 등 까다로운 식재료 손질을 거부했다. 지난 7일에는 조리원들이 긴 미역 손질을 거부해 ‘미역 없는 미역국’이 나오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여고 급식실 앞에 조리원들의 준법투쟁에 반대하는 학생회 의견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둔산여고, 행정실 직원이 조리 업무에 참가하기도
한 달 넘게 저녁 급식을 중단해온 둔산여고는 지난 16일 가정통신문을 보내 조리원 요구사항을 수용할 것인지를 묻는 학부모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리원 요구 사항은 ^세 가지 이상 반찬이나 전·구이 등 주 2회 초과 배식 금지를 요구했다. 또 냉면 그릇이나 덩어리 고기 삶기 거부 등도 요구 사항에 담겨있다. 교육 당국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양질의 급식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지난달 2일부터 석식을 중단했다. 이후 학생들은 도시락 등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앞서 둔산여고 조리원 노조원들은 지난 3월 27일 학교 측에 쟁의행위를 통보했다. 3월 31일에는 조리원 8명이 식재료를 방치하고 퇴근, 닭고기·감자·야채류 등 580만원어치가 폐기됐다. 식재료가 상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리원들이 돼지국밥 재료 손질을 거부해 교직원들이 고기를 삶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예정됐던 닭다리가 나오지 않아 학생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둔산여교는 지난 4월 한 달은 영양교사와 보건교사, 행정실 직원 등이 조리 업무에 참가, 조리원이 거부한 업무를 대신하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급식 파행 사태 장기화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라며 "석식비는 학부모 부담이라 학부모 뜻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서구 둔산여고 급식조리원들이 지난 3월 31일 식재료를 방치하고 퇴근했다. 이 바람에 닭고기 등 식재료를 폐기해야 했다. 사진 독자
그동안 이들 급식 중단 사태를 빚어온 이들 학교에선 학생·학부모 민원이 빗발쳤으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학생회 성명서 발표 등이 잇따랐다. 글꽃중 학부모 한모씨는 “포도씻기 등 조리 관련 업무가 어렵다는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라며 “조리원이 파업하더라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꽃중 학부모들은 급식이 재개된 이후에도 정상급식을 요구하며 교문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조리원 재배치" 등 대책 마련
이들 조리원은 시·도교육청이 채용하는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사실상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 정년 전에 퇴사하는 이도 많다. 월급은 200만~300만원 정도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 퇴사율은 60.4%에 달한다. 학비노조 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준법투쟁하며 고통을 감당해 왔다"면서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의 견해"라고 말했다.

대전글꽃중학교 조리실. 김성태 객원기자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학교별 급식 인원에 따라 조리원을 재배치하고, 하반기에는 업무 공백시 대체 인력 투입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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